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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방법을 누가 알려주었으면

  • 15시간 전
  • 9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시간 전


학부생 시절에는 어떻게 쉬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도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들은 있었지만, 대학원에 오고 나서부터는 더 많은 과업이 주어지면서 더 이상 흘러가는 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제 공부는 취미나 단기간의 준비가 아니라 ‘업’이 되었고, 거기에 맞게 생활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몇 년째 하고만 있다. 하지만 일할 때와 쉬는 때를 잘 구분하고, 쉴 때는 잘 쉬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공부할 때는 쉬고 싶고, 쉴 때는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그런 식이다.


새삼 방학이 한자로 뭘까 찾아보았는데 ‘放學’, 직관적으로 ‘학업을 놓는다’의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종강’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나보다. 끝난 건 강의 뿐이다. 학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방학 얘기가 대학원생들의 쉼과 취미, 그리고 나중에는 관계와 행복으로까지 뻗어나간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잘 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한 이야기들, 대학원생의 일상이 남들과 같지 않을 때 생기는 애로사항들, 그리고 늘 지쳐 있는 우리가 언제 행복을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 큰 얘기지만, 언젠가 우리는 행복에 대한 탁상共론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 소개: 1부부터 참여한 리모컨, 아보카도, 우산, 라이언, 오순도순의 소개는 여기를 참조!



# 평일과 주말 그 사이 어딘가


리모컨 쉰다는 게 정말 뭘까? 그러면 다들 쉴 때는 어떻게 쉬는 편이야?


우산 나는 토요일까지는 일을 하고, 일요일에는 쉬어.


리모컨 나는 주말이 없어. 아니, 그러니까 주말에도 일한다는 게 아니라 평일과 주말 구분이 없어. 매일매일이 그냥 똑같은 것 같아. 집중이 안 되거나 막 이러니까 일하는 시간을 딱 정해놓고 하기가 어려워.


우산 되는 날과 안 되는 날로 나누는 거네?


리모컨 응응. 오히려 연휴가 좀 불편해. 남들이 일을 안 하니까 업무 처리가 늦어지거든.


아보카도 나는 올해 상반기에 아프고 나서는, 쉬는 날 이틀을 어떻게든 확보하려고 해. 원래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사람 없을 때 쉬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조교 일을 하니까 평일에 업무 메일이 오고 교수님들이랑도 주로 평일에 연락을 하니까. 금요일에는 주로 밖에 나가서 사람 없는 거를 누리고 토요일은 집에서 쉬고. 원래는 막 뒤섞여 있다가 몸이 좀 아프고 나서 사람이 1.5일에서 이틀은 쉬어야 된다는 걸 느꼈어.


리모컨 근데 그렇게 쉬려면 뭔가 나머지 5일을 되게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까… 예를 들어서 주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그러면 하루에 8시간 일하는 거를 전제로 하는 거잖아. 월화수목금을. 근데 그렇게 안 하고 그냥 매일매일 대충 6시간 정도 하는 느낌? 물론 6시간도 안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그렇게 중간중간 쉬는 것 같아.


우산 근데 1년에 4개월이면 되게 긴 시간이잖아. 1년의 3분의 1인데 좀 압박감이 있었어. 내가 이걸 잘 운영해서 내가 평가하는 온전한 시간이니까. 그래서 항상 시간 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 점점 더 그게 어려워.


리모컨 어떤 석사 신입생으로 들어온 분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냐고 물어봤어. 대학원에 딱 들어갔을 때는 다들 주변에서 막 부산하게 뭔가를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그냥 책 읽으세요, 강의 들으세요, 라고밖에 할 말이 없어.


아보카도 근데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누릴 필요는 있는 것 같아. (리모컨: 반차 안 쓰고 은행 가기 같은 거?)


우산 어쨌든 시간을 내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지. 지금은 프리랜서들이 꽤 많잖아. 일반 직장인들도 옛날에 비해서는 앞뒤로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편이고. 시간을 쓰는 방식이 되게 많이 달라졌는데, 이제 이 삶의 장점을 좀 살려야겠다는 생각이야.



# 절박함


오순도순 내가 인스타에서 어떤 분을 팔로우하는데, 그분이 자영업자인데 공대를 그만두고 카페를 차린 사람이거든. 근데 7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 계속 일을 하는 거야. 그걸 쭉 올려. 매일 거의 6일인가 그렇게 하는데, 그게 카페 일이고 막 아침에 빵 굽고 커피 내리고, 전날에 재료 만들어 놓고 아침에 만들고 계속 반복이거든. 내가 놀란 게 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날에도 출근을 해서 만들어 놓는 거야. 그래서 내가 되게 나태하다는 기분이 들었어. 육체 노동을, 카페를 하는 걸 누워서 브이로그로 누리고 있다는 게…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7시에 일어나서 8시 반에 출근하는 데 일어나서 화장하고 이런 것도 다 노동이잖아. 통근하는 것도 노동이고. 그걸 따지면 얼마나 쉴 수 있을까? 내가 (휴식을) 다 누려도 되나? 이런 생각들.


우산 요즘은 우리보다 어린 세대도 바짝 벌어서 일찍 은퇴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고…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젊었을 때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근데 그 일이라는 건 임금노동이겠지. 혹은 자영업은 어쨌든 투자하는 시간이 너무 중요하니까. 굉장히 많이 일하게 되고, 그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도 그거 보면서, 좋고 나쁨을 떠나서 나는 임금노동을 매일 하진 않으니까, 내가 하는 노동의 가치나 생산물은 미래에 나타나는 거잖아. 미래에 투자하는 거가 대부분인데, 그 미래는 나도 모르는 불안정한 미래니까 그거에 대한 고민이 드는 거지. 그래서 그런 외부 연구 집단이나 네트워크도 중요한 것 같고, 잠재적인 동료들… 우리가 뭘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


아보카도 자기 체력의 한계치를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내가 원래도 체력이 별로 안 좋거든. 타고 난 게 썩 좋지는 않은데 그래서 좀 체력에 맞춰서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 나도 그런 카페 사장님 보면 부러워. 체력이 된다는 게.


오순도순 나는 절박함이 좀 느껴졌어. 성공해야 된다는 그런 거. 그런 거 보면 막 되게 열심히 하고, 그 다음에 일일 루틴 같은 것도 보면 나는 얼만큼 쉴 수 있을까, 나의 노동과 저 사람의 노동의 어떤 거리감도 생각하게 되고. 방학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되게 규정될 수 없는 거잖아. 초등학교 때의 방학에는 뭐랄까 노스텔지어도 있고, 사실 커리큘럼이 딱딱 정해져 있는데 그걸 대학원생의 방학에 끼워 맞출 수 없는 거고. 대학원생의 방학은 잘 모르겠어. 서로가 방학 때 뭘 해야 되는지 합의가 없으니까 되게 애매한 것 같아. 애매하게 둥둥 떠다니고, 서로가 그런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일동 폭소) 그냥 뭔가 하는 시간으로 서로 알음알음 암묵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인 것 같아.



# 덮어놓고 즐기고 싶은데


우산 연구자들이 취미가 없다는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어. 그래서 그게 고민이다, 너무 없는 것 같다, 인생이 너무 재미 없다, 행복하지 않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근데 어쨌든 창의적인 뭔가, 혹은 생산성 있는 거를 해야 한다는. 취미도 그런 활동이니까 그게 부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연구자들에게 쉬는 거는 진짜 비우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어.


아보카도 아니면 일이랑 붙어버리기도 하지 않아? 영화를 보는 것도, 이런 연구를 한다고 하면 이게 온전한 취미가 아니잖아.


우산 문화연구나, 인류학도 그렇겠지만 콘텐츠가 좀 중요하잖아. 사람들이 요즘 뭐 보는지. 내가 그걸 보면 왠지 분석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지.


아보카도 나는 원래 중국 콘텐츠 완전 좋아하는데 중국 연구를 하고 나서부터는 이게 옛날만큼 쉬는 기분이 아니야. 중국 여행 가는 거 좋아하는데, 나는 여행으로 간 건데 사람들이 "현장에 갔다 온 거야?" 물어보면, 정말 (필드워크를) 했어야 됐나, 그런 걸 해야 되는데 내가 여행만 다니고 있었나 막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이제 중드나 중국 영화 보고 이런 것도 좀 취미 영역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어.


우산 다른 사람들은 덕질하는 거 있어?


오순도순 덕질이라고 하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약간 연예인 좋아하는 거?


우산 다양하지. 애니메이션, 연예인, 스포츠…


리모컨 보는 건 좋아하긴 하는데 덕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오순도순 지금 그런 게 약간 감응이 돼야 하잖아. 그 감각이 날로 무뎌지고 있다는 생각… 맞아, 그러니까 옛날에는 오그라들어도 좀 이렇게 애정이 가는 게 있었거든. 근데 요즘은 좀 힘들어. 그런 콘텐츠가 주는, 조금만 신파가 섞여 있으면 몰입이 잘 안 되고 그러니까. 영화도 최근에 오디세이를 봤는데 그건 되게 재밌었거든. 신파 같은 게 없잖아. 다른 영화는 좀 힘들었고. 그래서 덕질을 못하나. 내가 그런 것과 감응이 돼야 하는데 몰입이 안 된다는 느낌이야.


아보카도 이게 좋은 걸 수도 있고 나쁜 걸 수도 있는데, 뭔가 밖에서 보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안에서 봐야 되는데, 그걸 보는 나를 너무 메타인지, 2차 관찰을 계속 하고. 너무 메타인지가 심해지니까, 사람이 행복하려면 메타인지가 어느 정도 안 돼야 되는데, 신파에 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건데.


리모컨 저 장면에서 내가 감동을 받아야 돼? 이런 거.


아보카도 그렇지, 그렇지. 그러니까 그런 게 좀 연구자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나이를 먹는 거랑 관련이 있는 것 같고. 점점 이제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보려고 하다 보니까.


리모컨 연구자들 자기성찰 그만해~~


아보카도 덮어놓고 좋아하는 거 필요해.


우산 근데 이런 사람들도 있더라고. 소설가나 기자들, 예술가, 영화 감독들, 다큐멘터리 찍는 사람처럼, 그렇게 좀 봐야만 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 식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게 되어서, 어떤 거는 하고 어떤 거는 안 하고 그게 되진 않잖아. 심지어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가끔씩은, 내 영혼이 뒤에 가 있는 경우들도 생기는 거고.


아보카도 그러게. 그래도 그런 것들을 좀 적당히 잘 즐겨야 좋을 것 같아…


리모컨 아니면 이제 약간 긍정적 의미에서 몰입이 아니라 난 저걸 조져 버려야겠다 약간 이런? 보고 막 빠쳐가지고 내가 이거에 대한 글을 쓰지 않으면은 진짜 참을 수가 없다, 처럼.


오순도순 학부 때까지는 그래도 그런 전투적인 에너지가 살아 있어서 키배도 뜨고 그랬는데 요즘은 힘들어서 잘 안 해. 가끔 보면은 어디 막 올라와 있는 글 보면 빡치고, 예전 같았으면 진짜 밤새면서 키배 뜨고 막 그랬는데 이제는 못하겠다. 그것도 힘들고, 연구할 에너지를 되게 쓸데없는 데 이렇게 흘려보내는 느낌.


우산 이해심도 많아지는 것 같아.


오순도순 그렇게 하는 게 나는 생존성 관용이라고 생각하거든. 거기에 말려들면 더 이상 내가 내 삶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우산 스트레스이기도 하잖아.


리모컨 나도 되게 시니컬해졌다고 느껴가지고, 다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라 사람들을 보면 지금도 전투적인데, 예전 같았으면 같이 싸우자고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왜 피곤할까 이러면서 보게 되고.



# 너무 달라진 삶의 패턴


라이언 나는 방학 때 많이 당황스러웠던 게, 연구자들끼리는 대학원생이 방학 때 뭐하는지 알고 있는데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 친구들은 대학원생의 방학에 대해 잘 모르잖아. 그래서 서운해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뭐가 바쁜데 시간도 못 내냐, 방학이잖아, 방학이면 놀면 되지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 대학원생끼리는 감각적으로 아니까 좀 바쁘다고 하면 ‘괜찮아지면 연락해’ 눈치껏 하게 되는데, 오래된 친구들 하고는 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


리모컨 나도 부모님이 늘 그랬어. ‘방학했는데도 바빠?’


아보카도 지금은 그래도 내 얘기를 많이 해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대충 아는 것 같은데, 나도 석사 때는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직장인 친구들은 휴가가 돈도 좀 쓰고 스트레스 푸는 기간인데, 나한테는 그런 게 아닐 때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어. 휴가를 가도 마음이 불편하고, 경제적인 상황도 다르고. 그걸 친구들한테 얘기하면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고.


오순도순 연구자가 되고 나서는 인간관계가 되게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어. 되게 자연스럽게… 그러다 보니까 방학 때는 여기저기서 부르는 친구들도 많았고 내가 안 나가고 그러니까. 어쨌든 인연들이 좁혀지는데. 예전에는 그런 거를 고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되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 주변에 다 연구자로 채워지잖아. 그러면서 언어가 좀 달라지는 것 같아. 뭔가 소모적인 대화가 좀 지친다고 해야 되나. 남성 또래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언어가 좀 다르잖아. 그런 거에 대한 피로감도 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멀어지고. 어쨌든 불러줘서 나가면 놀면서 재밌을 수는 있는데 어느 순간 그 순간의 즐거움보다는 붕 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더라고. 다들 차 얘기하고 시계 얘기하고 이러는데 나는 할 얘기도 딱히 없고. 어느 순간 영혼 없이 대답하게 되고.


리모컨 연구 얘기를 할 순 없잖아. (일동 웃음) 친구들 앞에서 푸코왈 맹자왈 할 수도 없고.


우산 설명해줘도 나중에 또 새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고.


라이언 부르디.. 부르디외? 부르디외가 누구야? (웃음)


리모컨 나도 연구자가 아닌 친구들을 만날 때는 내가 대학원생이라는 것만 있고 내가 뭘 공부하고 연구하는지는 다들 몰라. 친구들은 집 얘기, 결혼 얘기, 주식 얘기, 돈을 얼마나 모을 것인가 이런 사는 얘기들을 하는데 내가 할 수는 얘기는 ‘방학에도 바빠’ 정도이고. 너무 생활의 감각이 다른 거야. 종종 소모적인 대화를 즐기기는 하는데 한편으로는 동떨어지게 되고. 직장인들한테는 방학이라는 개념이 없잖아. 나중에 뭐… 어떤 이유에서든 연구자가 아니라 직장을 가져서 나인 투 식스를 하게 됐을 때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방학이 없다고?! 이러면서.


아보카도 맞아, 맞아.



# 어쨌든 어디선가는 만나리


오순도순 내가 처음에 이 주제로 한다고 들었을 때, 궁금했던 건 방학 때는 다 어떤 식으로 흩어져서 사는지였어. 수업이 시작되면 다 모여서 뭔가를 하고, 다시 흩어지지만… 그 응집력이라는 게 있는데, 방학이 되면 다 어딘가로 사라지는데 다 알 순 없잖아. 친한 연구자끼리, 동료 연구자끼리 알음알음, 그 사람이 요즘 어떤 작업하고 있더라, 뭘 번역하고 있고, 여기서 뭔가 하고 있더라,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니까.


아보카도 개강하고 인사 나누는 게 좀 어색해. "잘 지냈어?" 했을 때 미국인처럼 그냥 "잘 지냈어" 하기도 뭐하고, 뭘 했는지 물어보자니 또 성과주의자 같고. 방학 잘 보냈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뭐라고 대답하지, 그냥 스몰토크처럼 넘겨야 하는 건지.


라이언 초등학교 중학교 때를 생각해 보면 방학 때 학생들이 공통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있잖아. 일기를 쓴다든가 하는 게 있으니까. 그걸 개학 전날 하루 만에 몰아 쓴다고 해도 어쨌든 개학하고 나면 서로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공유할 수 있는 게 있는 거지. 근데 대학원은 공통으로 해야 할 과제나 숙제가 없고, 숙제를 스스로 만들면서 보내야 되니까. 그러니까 공유가 좀 어려운 것 같아.


오순도순 서로가 방학 때 뭘 해야 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으니까 되게 애매한 것 같아. 애매하게 둥둥 떠다니고, 서로가 그런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일동 폭소) 그냥 뭔가 하는 시간으로 알음알음 암묵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인 것 같아.


우산 그래도 방학 때 열리는 것들이 좀 있잖아. 학술대회나 특강, 인문사회과학 쪽에서 여는 것들. 학교에서 열리는 것도 8월이 피크고 영화제에서 열리는 포럼도 많거든. 7, 8월에는 그래서 바깥에서 우연히 만나는 경험이 좀 많은 것 같아.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발표자나 토론자로 만나는 것도 다 인연이 되니까.


라이언 대학원은 방학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잖아. 그래서 방학마다 신입생 세미나를 만들어서 해. 한 4주 5주, 주차별로 주제를 잡아서 맛보기도 하고. 다 같이 모여서 다음 학기에 볼 사람들과 미리 통성명하고, 각자 관심사가 뭔지 알아두고. 그런 시간이 방학 때 늘 있었던 것 같아.


아보카도 나는 최근 한 1년 사이에 하게 된 건데, 코스웍이 끝나니까 주변 동료들 글을 읽을 기회가 없어지는 거야. 코스웍을 할 때는 서로 페이퍼도 보고 같이 읽고 하는데. 그래서 방학 때 많이 하는 게 동료들이 쓴 글을 읽는 거야. 학기 중에는 아무래도 두껍고 유명한 학술서 위주로 읽게 되는데, 요새 논문이든 뭐든 쏟아져 나오는 속도를 못 따라가잖아. 주변에 동료가 이렇게 많은데 얘기는 들어도 정작 글을 읽을 일이 잘 없어서. 심적 여유가 있을 때 읽으면 좋더라고.


리모컨 나는 반대로 방학에 세미나를 안 하면 사람들을 잘 안 만나게 되는 것 같아. (???: 그러니 방학에는 신문연 세미나에 참여하자!)



# 언젠가 해보리, 탁상공론 행복편


우산 다음에는 행복에 대한 문제가 있는 거 같아. 다음 탁상공론에서는 행복에 대한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보카도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


우산 쉰다는 거, 왜 왜 이러고 살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리모컨 연구자의 행복… 연구자는 어디에서 행복을 느끼는가… 맞아 중요한 것 같아. 어디서 행복했지.


우산 행복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고… 취미도 없고, 뭔가를 보면 막 분석하고 있고.


아보카도 뇌를 이렇게 딱 빼서 잘 때만 세척하고 싶어.


리모컨 유일하게 행복했던 때가, 나 너무 행복해, 라고 생각했던 때가 딱 한 번 있긴 했어.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 출장 갔을 때인데, 가기 전까지는 쳐내야 할 일들이 많아 가지고 안 가고 싶다, 그랬는데 막상 가니까 너무 좋은 거야. 일단 연락이 끊기잖아. 출장 가서는 업무가 루틴화 되고, 내가 해외에서 마냥 노는 게 아니라 어쨌든 일은 하고 있어, 이렇게 삼박자가 맞으니까 이게 힐링된다는 거구나, 그거를 그 순간에 느꼈던 것 같아. 나는 할일 하면서 쉬고 있어.


우산 되게 비슷하다. 나도 돌이켜 보면 한 3년 전에 난민 캠프를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인터넷이 안 되어서 연락이 다 끊겼거든. 그 근처 숙소를 잡고 매일 출퇴근을 했어. 일주일 동안. 2시간 동안 차 타고 가는데 할 게 없어. 그냥 밖만 쳐다보는 거야. 그 시간이 좀 행복했던 것 같아. 몸은 좀 힘들었는데, 출퇴근을 했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했고, 계속 자연을 바라보고.


리모컨 이게 어쨌든 한국와 시차가 있으니까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 상황, 내가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이게 행복이구나. 이래서 다들 휴가 가는 구나. 예전에는 해외로 휴가 가는 게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왜 또 일을 만들지. 근데 해보니까 좋구나.


우산 벌써 말하는데 얼굴에 행복이… (웃음)



# 번외


우산 그리고 나는 연구자 동료들은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니가 잘 돼야 나도 잘 돼고, 그런 관계들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렇게 으쌰으쌰 많이 해줘야 된다는 생각도 하고. 불안정하니까.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오순도순 나도 인문사회과학 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다 동료라고 생각해. 이미 성취할 수 없는 재화가 없기 때문에… (일동 탄식) 다른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쨌든 서로의 연구가 기여하고 쌓는 바가 정말 다 다르잖아. 맞아, 가치가 없는 연구가 없기 때문에, 다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 건데.



글. 리모컨

편집.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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