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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 인터뷰가 나를 살아있게 해

10분 전
4분 분량


몇 달간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일은 많았지만 하기 힘들었고, 날은 너무 더웠고, 몸이 어쩐지 아파지기도 했다. 이 기간에는 정말 필수적인 소통 이외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태어나길 Introvert(내향적)하게 태어난 건 어쩔 수 없나 고민도 많이 했다. 이런 상태와 성질머리로 스스로 질적 연구자라고 해도 되는 것인지 회의도 들었다.


다행히 나름의 계기가 생겨 나는 여러모로 회복 중이다. 이 회복에는 수면 패턴의 회복이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따위의 도움도 있었지만, 8월 말부터 새 연구를 위해 하기 시작한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인터뷰도 원래는 7월부터 시작해서 방학 내에 끝내기로 했었는데, 그땐 시작할 마음이 왜 그리 안 나던지.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전국 이곳저곳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꽤나 무리라고 생각할 법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내가 이래서 인터뷰를 좋아했었지 하는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고 있다.


인터뷰가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은인이라는 생각이 너무도 들어버린 나머지, 인터뷰 씨를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인터뷰 씨에게 인터뷰를 신청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인터뷰 씨는 ‘안온다정’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김선기(이하 김)

안녕하세요, 인터뷰 씨. 요즘 자주 뵙네요. 언제나 도구로만 활용되다가 이렇게 주인공이 되어보니 기분이 어떠신가요?


인터뷰(이하 뷰)

뭐,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법이죠.


저랑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하세요?


사실 너무 오래되어서요. 저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하지만 어쨌든 김 선생을 처음 만났던 건 굉장히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땐 앳된 고등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어엿한 아저씨가 되셨군요.


네, 세월이 무상합니다만. 제가 고등학생 때, 대학생 때는 교지 동아리나 인터넷 독립 언론을 하면서 조금 짧은 인터뷰를 더 많이 했었고, 대학원에서 질적 연구라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지금은 직업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 청년들로 구성된 기자단을 운영하는 일을 할 때도 선생님께 도움 요청을 드리기도 했죠. 그때 기억이 나시나요? 연락받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무척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아마도 청년들에 대해서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려면, 청년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적격이라는 생각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청년 문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청년들에게 매우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거든요.


주류 담론에서는 계속해서 '가난하고 불쌍한,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 같은 이미지를 자꾸 소진시키고 있고,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진단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들만 재탕이죠. 저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들을 찾아내는데 재능이 있으니까요. 아마도 제가 서로 다른 상황에 있고, 다양한 욕구를 가진 청년들의 가지각색의 목소리들을,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적 위치에서 1인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각기 다른 청년들의 스토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선생님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도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저도 제 이름이 썩 마음에 듭니다. 인터(inter)라는 부분도, 뷰(view)라는 부분도 다 마음에 들어요. 저는 자신이 하고 있는 대부분의 생각들이 온전히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관점(viewpoint)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누군가는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만이나 아집 없이, 사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1인분의 시민이 되기 위해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입장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 입장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따위를 파악하고 그것들을 좁혀 나갈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청년 문제만 해도 그래요. 청년 문제가 중요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합의는 있지만, 조금씩만 서로 얘기를 나눠보면 각자가 '청년 문제'라고 생각하고 정의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상당하죠.


저도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의 지형도를 파악해 보는 것이 청년 문제의 해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또 특히 청년들을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씨 이름에서 인터(inter)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듣고 싶은데요.


아, 그래요. 잊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랑 케미가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본인의 관점이 너무 확고한 사람들과 만날 때는 '왜 굳이 날 만나려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이름에서 인터(inter)를 더 빛나게 해 주는 조금은 열려 있는 사람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인터뷰어든, 인터뷰이든 어떤 역할을 맡든지 간에 그건 같아요.


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끝나고 나서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야기 나누기가 끝나고 나서, '나의 말 상대뿐만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 관점이 어떤 식으로든 변하게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을요. 어떤 문제나 대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이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더 잘 알게 되는 변화이든, 원래의 입장을 상대의 입장을 통해서 수정하게 되는 변화이든, 상대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논리를 만들어가다 보니 자신의 입장이 더 분명하게 된 변화이든, 뭐든 간에요. 저와 함께 한 시간의 흔적을 자기 안에 새겨두는 사람이 좋아요.


반면 열통이 터지는 일도 많아요. 유명하신 분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 관점만 맞고 상대를 가르치는 일에만 골몰하시는 저명하신 분들 옆에 있을 때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가리지 않고 만날 수밖에 없는 게 저의 타고난 운명이라 가끔은 슬프기도 합니다.


아... 그 고생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가 없네요. 저도 한두 번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냥 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지만, 이따금씩 있는 즐거운 기억으로 살아가는 게 인간인 것은 아닐까 뭐 그렇게 참아보곤 합니다. 인터뷰 씨는 정말 많은 곳에서 활동하시니까 그런 힘든 일이 더 많으시겠죠. 어쩐지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입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기에 인터뷰 씨는 생각보다 매우 단단하신 분이라고 느꼈어요.


맞아요, 생각보다 저는 어려운 존재입니다. 저를 쉽게 보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뒤통수를 때리곤 하죠. 저의 악취미입니다. 단순히 말만 주고받는다고 인터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지만, 좋은 인터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에 대해서 많이 연구해야 하죠. 질문 잘하기, 답변 잘하기. 아주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아주 어렵습니다. 또 대화를 다 나누고 나중에 그걸 글로 만들 때도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어떤 말까지 써도 괜찮은 건지, 한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공적인 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어떻게 글을 마무리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고민하는, 변화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맞아요, 선생님. 저 이제는 꽤 늙크크가 되어서 인터뷰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도, 인터뷰로 쓴 논문을 심사하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일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고, 또 어떤 분들은 조금 목적 지향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인터뷰의 즐거움과 매력을 더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할 때가 있어요.


아니, 제가 좀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던가요?


훅 들어오시는군요. 저는 다른 것보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나 자신이 겸손해지고 충만해지는 게 좋아요. 제가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이제는 10년 이상 연구한 사람이지만, 새로운 청년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여전히 내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는 특별하고 고유한 경험이 많다는 것을 느껴요. 내가 가진 삶의 무게와는 다른 고민과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좋고요. 제가 직업이 이렇게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글로 만드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감사해지게 될 때도 많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이고 인혐이 심하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김 선생님,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인간을 애정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아… 그렇다면 참 문제네요. 사랑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지요. 아무튼 길지 않은 대화였지만 또 선생님께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도민준보다 오래 사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인터뷰 씨 만수무강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 곁에 좋은 친구로 머물러주세요.


끝내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김선기 씨, 인터뷰를 마치 에릭남처럼 잘하시는군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글. 김선기

편집. 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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