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논문투고 성토대회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 5월 16일
- 9분 분량

지난 번 학술대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탁상共론의 두 번째 주제는 바로 [학술지 논문]이다.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한 결과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학술지 논문 게재. 어떻게 보면 가장 제도적이고 공식적이고 특권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술지 논문이 학계에서 차지하는 제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투고하는 과정을 익히는 건 충분히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학술지에 투고해야 하는지부터 고민이 되는 것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미지의 세계에 선뜻 발을 내딛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자의 투고 경험을 들어보면서 서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심사를 받고 수정을 하면서 끝내 게재를 하는 과정은 나라는 연구자 그리고 내가 한 연구가 학술공동체에서 갖는 의미를 확인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때로는 확인받은 의미가 너무나도 부정적이어서 상처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또한, 학술지 논문을 게재하는 데는 당연하게도 각종 노동 그리고 돈이 투입된다. 때문에 학술지 논문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소재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분량의 한계로 인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다만, 암묵적으로만 공유되던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면 계속해서 더 많은 기록이 생기지 않을까?
1부 참석자 소개:
푸우딩 박사과정 준비생. 운좋게 공동연구로 첫 논문 게재를 경험한 뒤 단독 저자로 두 개의 논문을 비슷한 시기에 투고하는 스불재를 겪고있다.
그로밋 박사수료생. 여러 번의 공동연구로 논문 게재 경험이 있고, 단독 저자로는 한 번 게재해본 적이 있다.
파란고래 박사수료생. 몇 번의 공동연구와 두 번의 단독저자 투고를 해보았다. 슬프게도 혼자 써보는 논문이 제일 늦었고 어려웠다.
팔랑귀 출간 논문이 많지는 않지만, 그대로 게재, 수정 후 게재, 수정 후 재심, 게재 불가를 골고루 경험해 본 대학원생. 투고 후에는 여지 없이 ‘게불’ 악몽을 꾼다.

#1 첫 투고는 언제나 쉽지않아
그로밋 가장 최근에 처음으로 단독 저자 논문을 투고한 푸우딩의 이야기가 궁금해. 해보니까 어땠어?
푸우딩 이제야 박사과정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 왜냐하면 우스갯소리로 막 그런 이야기가 있었거든. 석사논문을 딱 마쳤을 때 “이게 내 마지막 논문이다”하면 이제 산업으로 가는 거고 “이게 내 첫 논문이다”하면 박사를 가는 거라고. 나는 좀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석사논문을 수정해서 투고하면서 혼자 해보니까 비로소 내가 박사과정에 가서 연구를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 교수님들이 석사는 연습하는 사람으로 본다면, 박사는 독립된 연구자로 존중을 하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해. 그런 맥락에서 내가 뭔가를 혼자 해보는 경험이 꼭 필요하겠다, 라고 느꼈는데 마침 이번 경험을 통해 준비가 된 것 같아.
팔랑귀 논문 심사 피드백은 어땠어?
푸우딩 하나는 이제 심사 들어갔고, 먼저 투고한 하나에 대한 심사평은 너무 좋았어. ‘대폭 수정 후 재심사’를 주신 분도 정말 세세하게 피드백을 해주셨고, ‘게재 가능’을 주신 선생님도 한 반쪽 정도로 수정 제안을 주셨거든. 이게 관례인 것 같기도 한데, 심사평 초입에 내 연구의 문제의식이나 의의를 선생님들이 대여섯 줄로 짚어주시는 게 너무 고맙더라고. 왜냐면 나는 내 석사논문이 학술 장에서도 의미가 있는 연구일지 확신이 크지 않았는데, 심사자 분들이 인정해주신 느낌. 내 인정욕구 때문일까? 나 좀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 싶었어.
그로밋 나도 비슷했어. 나는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처음 단독 저자 논문을 투고했었는데, 그게 정말 처음으로 나만의 연구를 했다는 느낌이었거든. 이 소재로 가도 될까?라는 마음으로 내 박사논문 주제를 테스트하는 거기도 했는데 그걸 확인받은 느낌이라 좋았어. 수정 제안 사항도 생산적이고 납득 가능한 내용이었지. 어쨌든 내 이름을 걸고 나오는 글인데 너무 구린 글이 나오면 나한테도 좋지 않은 거잖아. 이런 상호검증을 거쳐 나간다는 건 나한테도 되게 안전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물론 나중에 다른 논문을 더 투고했을 때는 다른 경험들도 있었지만.
파란고래 졸업하고 빨리 논문 작업을 시작한 푸우딩이 대단해. 나는 석사 졸업하고 몇 년이 한참 지나서 개작을 했어. 석사 때 공동연구 게재 경험이 있긴 했지만, 협업보다는 분업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어. 지도교수님이 동료이자 제1기여자였고, 각자 파트별 초안을 가져가면 교수님이 뼈대만 남기고 다시 쓰시는 구조였지. 내용 논의는 할 수 있어도 교수님이 하시는 글쓰기에 관여하긴 어려웠어. 그래서 단독 저자 논문을 쓰는 데 장벽이 있었던 것 같아. 내가 이거를 써도 되나? 어떻게 쓰는 거지? 어디에 투고하는 게 좋은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도 별로 없었고. 혼자서 첫 투고를 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연구재단 사업에 선정되니까 안 할 수도 없어서 거의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렇게 두려움을 딛고 투고해보니까, 피드백이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왔고, 심사자들이 연구를 왜 하는지 이해해주시면서 수정 제안을 해주셔서 아주 큰 도움이 되었어. 그래도 확실히 대학원생 입장에서 혼자 투고하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아. 학술지 자체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말이야.
그로밋 사실 한 번 해보면 생각보다는 별 거 아니잖아. 논문 쓰는 거에 비해 투고 자체는 말이지. 하지만 학술지에 따라서는 대학원생은 아예 학회 회원 자격 자체가 주어지지 않아서 회원이 공동 저자로 끼지 않으면 투고할 수 없는 곳도 있고. 상시 가입이 아닌 학회도 특정 시기에 가입을 해두어야 투고를 할 수 있지.
팔랑귀 나는 석사과정에 입학했을 때 장학금을 받아 입학했고 그 요구 조건에 교수님과의 공저 논문이 있었어. 그게 단독 저자 논문 한편 혹은 공저 논문 두 편을 쓰는 거였는데, 지도 교수님은 석사과정생이 단독으로 논문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지. 그게 나의 꿈이나 야망을 누르려고 한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해. 그래서 교수님과의 공동 작업을 많이 했는데, 석사과정 때는 교수님이 주도적으로 하셨다면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후에는 나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분량을 주시면서 나를 동료처럼 대해주셨어. 아무튼 처음 교수님과 논문을 쓸 때에는 교수님이 교신저자 역할도 다 해주셨는데, 그래서 나는 논문이 나오는 과정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어.
그로밋 교수님은 너무 쉽게 쓰던데! 이런 느낌?
팔랑귀 교수님과 함께 할 때는 안 보이던 벽이 너무 많은 느낌! 나도 파란고래처럼 연구재단 사업으로 첫 단독 투고에 도전했어. 이미 제출기한 연장을 몇 번 했었고. 그래서 진짜 벼랑 끝 심정으로 투고를 했는데 ‘수정 후 재심’을 받은 거야. 지금 생각하면 그때 재심에 도전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포기를 하고 빨리 나올 수 있는 다른 학술지를 찾아서 또 투고를 했어. 근데 거기서 ‘게재 불가’를 받은 거지.
푸우딩 헐, 그럼 어떡해?
팔랑귀 결국엔 다시 한 번 더 연장을 하게 돼. 그리고 세 번째 학술지에 가서야 겨우 논문이 나오게 되지. 그런데 그 과정에서 총 9명의 심사자들이 내 논문을 본 거잖아.
파란고래 학술지마다 보통 심사자가 3명이 있으니 그렇게 되겠네.
팔랑귀 과반 이상의 심사자들이 합리적이고 좋은 코멘트를 주셨고, 그래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는 생각해. 하지만 어쨌든 상처를 많이 받았지. 그리고 몇 가지 후회되는 지점들이 있었어. 나는 내가 이 주제로 내고 싶은 학술지가 분명히 있었거든? 주제상으로 더 맞고 내 본진이라고 생각하는 학술지가 있었는데 거기에 내면 이걸 내가 썼다는 걸 알 것 같은 분들이 심사를 할 것 같아서, 차마 보여줄 용기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처음 보는 학술지에 낸 거지.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결과가 안 좋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 나는 내 논문 주제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심사하는 게 두려웠는데, 오히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심사를 하게 되면 내용보다는 형식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거지.
그로밋 그러다보니 결과가 더 안 좋았을 수 있겠구나.
팔랑귀 또다른 후회는, 두번째 저널에서까지 ‘게재 불가’가 뜨고 나서야 주변 사람들한테 내 논문이 그렇게까지 수준 미달인지 물어보고 다녔어. 그러면서 방향성을 더 잘 잡을 수 있었고. 내 원고를 빨리 보여줄수록 좋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지. 문제 상황이 생기고 나서야 보여주다니 말이야. 이건 내가 아직도 고치지 못한 점이야.
그로밋 나도 ‘게재 불가’를 받았을 때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주변에 막 물어봤었어. 이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논문인가? 그 정도인가? ‘대폭 수정’과 ‘게재 불가’의 차이는 뭘까? 후자는, 이건 정말 논문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거잖아. 수정해도 안 된다는 거잖아. 그래서 내 자존감을 너무나도 깎아내려 버린거지. 정말 좋지 않은 경험이었어.
파란고래 궁금한 게, ‘게재 불가’를 준 심사자의 피드백은 납득 가능한 피드백이었어?
팔랑귀 솔직히 그 때는 납득하기 어려웠어. 예를 들면 내가 연구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연구의 의의에 썼는데, 왜 학술연구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느냐 라고 반박한 거야. 나랑 철학적 기반 자체가 다른 거지. 예전에 교수님이랑 같이 쓸 때는 정당하지 않은 코멘트가 왔을 때 편집위에 문제제기도 해본 적이 있거든? 근데 나는 그런 걸 할 수 없고, 그냥 ‘이 학술지에 다시는 안 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끝나는 거지.
푸우딩 그걸 미리 알았다면 그 학술지에 애초에 안 냈을 텐데.
팔랑귀 나중에 알고 보니까 같은 전공을 하는 동료가 거기에 냈다가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대. 서로 정보 공유가 되었다면 좋았겠지? 그래서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학술지도 ‘블라인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투고자들이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거지!
파란고래 정말 그런 게 있으면 너무 좋겠다. 사실 이 학술지가 내 연구를 이해해 줄 수 있을지 어떨지, 우리가 측정 가능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잖아. 항상 복불복 같은 게 문제인 것 같아. 심지어 그 해 편집위원회 구성이 어떤지에 따라 학술지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항상 지원을 해보고 실패를 해야지만 학술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루트가 없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그로밋 그리고 졸업 요건 때문에 논문을 게재해야 하는 경우처럼, 시간의 압박이 있으면 그런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더 절실한 것 같아. 재심을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없을 수도 있잖아.
파란고래 맞아. 연구재단 B유형도 정해진 기간 내에 논문이 나와야 하니까, 그런 압박 속에 있다보면 학술지를 잘 활용하는 법을 알기 힘든 것 같아.

#2 학술지 뒤에도 사람이 있어요
그로밋 논문이 시간 싸움이 되면 정말 힘들지. 수정 기간도 넉넉히 주는 경우가 잘 없잖아. 그런데 그럴 때마다 편집간사님은 그렇게 짧은 수정 기간을 통보하는 입장이니까 엄청 미안해하시더라고.
푸우딩 맞아, 나도 이번에 수정 메일 받을 때 ‘촉박한 일정에 재촉드리게 되어 너무 죄송합니다’, 라고 써있더라. 게다가 내가 이번에 처음 직접 수정을 하게 된 거니까 계속 실수를 발견하게 되어서 최종적으로 5교를 봤거든. 그래서 좀 죄송했어.
그로밋 진짜 대단하다. 나는 결국 오타를 발견하지 못한 채로 게재가 되었거든. 나도 편집간사님도 모두 발견을 못한 거지.
파란고래 나도 편집간사를 몇 번 해봤지만, 사실 원고는 투고자가 알아서 내부 작성 기준에 맞춰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 간사가 교정까지 직접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야. 좀 돈이 많은 학회라면, 출판사에 교정교열 전문 에디터가 있어서 학회 원고 작성 요령에 맞춰 교정교열을 봐주거든? 그런데 돈이 없으면 그런 담당 에디터가 없이 최소한의 오탈자만 보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편집간사가 원고 작성 요령에 맞춰서 교정교열을 해야 하는 거야. 그건 정말 중노동이었어. 투고자들이 그냥 평소 자기가 쓰던 방식대로 써서 보내니까 간사가 따로 할 일이 너무 많았어. 심지어 어떤 연구소는 해외에서 박사를 딴 연구교수들이 학술지에 투입되서 투고자들 영문 초록 교정까지 한 적도 있대.
팔랑귀 그건 정말 너무했다. 그리고 또 학술지에서 중요한 건 등재지 여부인데, 등재지가 되기 전에는 심사료나 게재료를 안 받기도 하잖아. 그런 경우, 간사는 정말 봉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거야.
파란고래 내가 미등재지에서 간사를 했을 때는 간사 임금도 편집위원장과 학회장이 자기들의 사비로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어.
그로밋 미등재지를 등재지로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참 다양한 노동과 봉사가 동원되는 것 같아. 등재지에 내면 졸업 요건이나 실적에 있어서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정말 내가 있는 학술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등재지에 투고를 하는 거잖아.
파란고래 이런 맥락도 있어. 연구소가 지원 사업에 신청할 때, 사업 실적으로 올리기 위해 학술지를 새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사업단에 전임으로 들어가는 연구자들은 새로 만들어진 미등재지에 글을 투고해서 등재후보지로 올려야만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다른 데 쓸 수 있는 실적을 포기해서라도 미등재지에 글을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인 거야.

#3 논문을 세상에 보여주려면 돈이 필요해
푸우딩 돈이 그런 식으로도 엮이는구나. 사실 나는 이번에 투고할 학술지를 고를 때 게재료가 없었다는 것도 정말 중요했어.
그로밋 학술지가 보통 심사료도 받고 게재료도 받잖아. 진짜 돈이 엄청 들어.
파란고래 너무 비싸지. 대학원생이 단독 저자일 경우 게재비를 따로 안 받는다는 학술지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팔랑귀 게다가 매수 제한까지 있어서 초과하면 돈을 더 내야 해.
파란고래 맞아. 질적 연구니까 논문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매수 제한을 초과해서 게재료로 거의 60, 70만 원을 냈었어.
그로밋 교신저자로 교수님이 같이 이름을 올리게 되면 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런 걸 생각하면 교신저자의 역할에는 그런 경제적인 것도 있는 것 같아. 저번에 공동연구를 교수님과 했을 때는 교수님이 학교측 지원금으로 다 내주셨거든. 이것도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팔랑귀 게재가 확정이 아닌데 일단 돈을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긴 해. 게다가 어떤 학술지는 긴급심사료도 있잖아.
푸우딩 그건 도대체 얼마나 긴급하게 해주는 거야?
그로밋 한 일주일? 근데 20만원인가 그래. 오직 심사비만. 여기에 게재료까지 더해지면 훨씬 비싸지지. 하지만 급한 경우에는 그렇게라도 투고를 하고 싶잖아.
팔랑귀 투고할 수만 있다면 내가 돈을 얼마를 못주겠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 이번에 낸 저널은 사사표기를 할 경우 게재료를 더 받더라고.. 그럴 때는, 지원 받았으니 학계를 위해 더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학회도 나한테서 더 뜯어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지원을 못 받은 사람한테서는 덜 받으려고 하는 걸 테니까.
파란고래 그래서 난 이제 더 학술지 투고는 그만하고 학위 논문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들어가는 돈이 한 두 푼이 아니니까.
그로밋 돈을 버는 제일 좋은 방법은 빨리 박사논문을 쓰는 거다라는 말을 나도 듣기도 했어. 하지만 학위 논문은 긴 작업이니까, 짧은 마감이 계속 있는 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해.
푸우딩 사실 돈만 많으면, 학술지에 계속 내고 싶어. 심사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험이 너무 좋았고 큰 도움이 되었거든. 학교에서는 내 페이퍼에 대해 성적만 돌아오지 뭔가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발전시키는 경험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4 결론은 학술지를 만들자?
팔랑귀 난 그래서 사실 학술지를 우리가 만들고 싶어. 권력이 되고 싶다! 아까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미등재지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는 무보수노동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품을 더 쪼개서 한다면 만들 수 있을지도? 그리고 그 보상은 단지 돈으로만 돌아오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단순히 게재료와 심사료로만 남는 장사가 되는 게 아닌 거지.
파란고래 새로운 학술지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데에는 그런 이유와 목적이 분명히 있을 거야.
팔랑귀 가끔은 논문을 쓰기는 썼는데 투고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 어떤 학술적 논의를 할 곳이 필요하다는 강한 문제의식이 있으면 얼마든지 글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로밋 맞아! 그래서 난 이번에 ‘성소수자 대학원생 신진연구자 네트워크’가 ‘한국성소수자퀴어연구학회’라는 학회로 전환되는 것에 정말 큰 주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그 학회에서 학술지를 만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 학제에서 퀴어나 섹슈얼리티 관련 논의를 할 때 낼 수 있는 학술지가 정말 제한적이라고 느끼거든.
팔랑귀 학회를 만들고, 학술지를 만들고, 나는 늘 상상은 하지만 그걸 실현하지는 못하는데 실제로 자신의 에너지를 투입해서 실현시키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부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응원해!
푸우딩 우리도 만들자.
팔랑귀 사실 난 이름도 정해놨어.
파란고래 벌써 기대된다. 학술지를 직접 만들게 되면 심사자를 구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겠네. 우리는 주로 논문을 투고하는 입장이기만 했는데 심사자의 입장은 또 어떨지 궁금해.
팔랑귀 사실 우리가 이런 자리에서 학술지와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엄청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 일상적으로도 학술지를 추천받고 또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잖아. 그런데도 학술지 관련 여러 가지 사항들이 암묵적이라서 힘들다고 느끼다니, 다른 많은 대학원생들은 어떤 상황일까? 이런 자리를 통해 암묵적인 것들을 더 드러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그로밋 맞아. 물론 신문연에서도 그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리서치톡과 같은 시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연구부터 투고까지 그 과정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여러 군데서 생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신문연으로 수렴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하게 넓게 펼쳐질 수 있도록!

정리. 그로밋
편집.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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