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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모든 관계가 지도교수에게 묶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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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담에서는 학회, 논문, 세미나, 공동연구 등에서 드러나는 지도교수 중심의 관계구조가 어떻게 대학원생의 자율적 네트워킹을 가로막는지, 또 그 안에서 사라지고 있는 ‘암묵지의 전승’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야기했다. 대학원생이 독립된 연구자로서 관계를 확장하려 할수록, 관계의 구조는 역설적으로 다시 ‘지도교수’라는 축으로 돌아온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익혀야 하는 연구의 방식들, 그리고 그것을 나눠줄 선배와 동료가 사라진 풍경 속에서 대학원생들은 스스로 관계를 발명하고, 제도 밖에서 공부의 공동체를 만드려 분투하기도 한다.


세 차례의 대담은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학원생들이 서로를 ‘연구의 동료’로 대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동료됨의 감각을 형성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조건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관계의 고리를 바깥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어디로부터 생겨날까?


#참여자 소개: 1부부터 참여한 주드, 반지, 미키, , 리앙의 소개는 여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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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원생 네트워킹에 '학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주드 그래서 우린 뭐를 만들어야 할까, 문화 관련 연구 비슷한 거 하는 사람들 단톡방을 만들어야 하나?


얼마 전에 그런 얘기도 했었어. 전국에 있는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 이메일 주소를 싹 크롤링해서 전체 메일로 자기 관심 있는 주제 보내고 같이 관심 있는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이라고. 관심 있는 연구 주제가 있어도 이걸 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고 스스로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란 말이야.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너무너무 필요해.


미키 이런 거 사실 학회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 않아?

아, 학회. 너무 마음에 안 드는게 많은데(웃음) 탁상공론에서 학회 다룬 적 있다고 했었나?


반지 예전에 한 적은 있지만 대학원생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학회 문제는 안 다뤘던 것 같아. 다들 학회에서 얼마나 많이 일했는지만 얘기했거든.


리앙 그럼 우리 학회 얘기도 좀 해볼까? 네트워킹 차원에서 학회에 어떤 것들이 마음에 안 드는지.


솔직히 말해도 되나? 그냥 학회는 교수 잔치고 대학원생들은 가서 따까리 짓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 내가 반골 기질이 강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학회 가면 일단 어느 학교 학부에 누구 교수의 제자인지 라벨을 붙이고 시작하는 느낌이야.


미키 그렇지, 대학원생이 학회 가면 다들 제일 먼저 그거부터 물어보지.


이것부터가 좀 싫은 게, 내가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지는 깊이 있게 안 물어보잖아. 물론 학회에서 학생들끼리 만나면 관심사 얘기도 하긴 하지. 근데 그냥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하고 연락처는 공유하지 않고 그대로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버리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아. 거기다가 어쩔 수 없이 학회 가면 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네트워크야' 이런 생각도 들고.


주드 맞아. 그리고 학회에서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학생들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우리가 거기 가서 관계들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한계가 있어. 지난번에 어떤 학회에서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샘이랑 친해져서 공동연구 작업 얘기가 나왔어. 그런데 우리가 이걸 공동연구를 한다면 누가 봐줄 수 있고 어떤 저널에 낼 수 있는지 선례도 없고, 어떻게 참고할 만한 예시도 없는거야. 지도해 줄 만한 사람도 없으니까 결국 우리 그냥 친구하자, 이메일 펜팔하자 이렇게 하고 끝나버리거든. 막상 학회에서 실제로 진짜 네트워킹 하는 사람들은 다 교수님들밖에 없다니까.


대학원생이 단독으로 논문을 못 내는 분위기도 싫어. 우리 학과는 어쨌든 모든 게 지도 교수를 통해야 하는 분위기가 강하단 말이야. 그리고 교수가 저자에 끼지 않은 채로 대학원생 혼자 논문 내면 그것도 좀 ‘말이 안 된다’ 식의 분위기야.


주드 확실히 그래, 받아주는 저널도 없는 느낌이잖아.


반지 그치, 대부분 진입 장벽이 있지. 왜냐면 애초에 학회 정회원만 논문 투고를 할 수 있는데 과정생은 대부분 학회에서 정회원 자격을 안 주니까 교신저자로 정회원 교수가 들어가야 하잖아. 이건 좀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 실제로 제도적인 한계도 있는거지만 교수 이름 안 끼면 논문 못 내는 분위기도 잡혀있다는 게.


학술적인 네트워킹이 만들어지려면 이런 게 좀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야 하잖아. 근데 그게 애초에 딱히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안 만드는 것도 있는 것 같아. 교수님들이야 자기들끼리 공저 잘 할 수 있으니 학회에서 열심히 네트워킹 하고 연구 파트너를 찾아 나서시는 거겠지. 나도 같이 책 읽을 사람 정도는 얼마든지 사귈 수 있어. 근데 그게 진짜로 학술 장 안에서의 나의 자본 쌓기로 이어지는가? 전혀 아냐.


주드 그래서 애초에 학생들끼리도 교수한테 선뜻 제안하지 못해. 나도 지도교수님께 동료랑 공동연구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냐고 했던 적이 있어. 근데 그것도 동료가 같은 연구실 사람이어야, 그리고 교수님 본인 관심이 있는 주제여야 의지를 보여주시지. 만약에 내가 ‘옆학교 친구랑 같이 뭐 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하잖아? 그럼 교수님한테 그건 관심 밖의 일이야. 자기 소관이 아니라 생각하거든. 그래서 우리한테 네트워킹이란 게 진짜 끝이 없어. 그 끝이 없다는 게 무궁무진하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 어디로 가고 어떤 결과물로 도달하게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결과를 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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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계의 '오픈 네트워크'의 불가능성


지도교수 한 명한테만 네트워크가 매여 있는 것도 문제야. 예를 들어 내가 어떤 논문을 쓰고 싶은데 주드처럼 지도교수님이 봐줄 수 없는 주제야. 그럼 어쨌든 학술지에 지도교수가 교신저자로 끼더라도 다른 교수님한테 잠깐 조언을 부탁드릴 수도 있는 거잖아? 학계 전체가 좀 오픈되어 있어서 교수들이 그런걸 좀 봐주고 사람 기준이 아니라 연구주제 기준으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있으면 좋겠는데 지도교수들은 제자가 다른 교수한테 찾아가는 걸 되게 싫어하고 안 좋게 봐. 아까 말했듯이 서로 사이 안 좋은 사람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교수들은 각자 일로 너무 바쁘니까 자기 지도제자 아닌 사람들까지 신경 쓸 정신도 없고. 이런 식이면 교수들과 학생들 관계에서도 그다지 대학원생이 열린 교류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애초에 평등한 관계가 아니기도 하지만.


주드 우리가 했던 모든 얘기가 그거네. 학계가 정말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오픈된 네트워킹이 가능한 공간이라면 동료 찾기나 평등한 관계 맺기가 어느 정도 가능해질 수도 있는건데, 너무나도 지도교수에게 묶여 있으니까 안 되는 것 같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이야.


그래서 나는 학회가 어느 정도 대학원생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 주길 원했어.


반지 사실 학회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면 항상 골머리를 앓는 게 학회가 늙어간다는 얘기더라. 모든 학회가 어떤 식으로 대학원생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같아.


리앙 학회 임원들도 되게 답답해하지. 보통 학회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대학원생 세션 따로 만드는 건데 그게 네트워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멘토링이라고 해서 학회 정회원인 선배 연구자랑 대학원생을 매칭하는 프로그램도 있는거 같은데 그게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나도 학회 몇 군데에 가입되어 있지만 결국 지금까지는 학회를 메일 읽는 용도로 쓰고 있어.


그래도 학회가 스스로 그런 문제의식이라도 공유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내가 속한 학과는 여기저기 다녀봐도 정말 대학원생 발표 받아주는거 빼면 대학원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멘토링 모임 같은 것도 없고. 나야 연구관심사가 마이너하기도 하고 학교 밖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이런 걸 느끼는거지, 딱히 대학원생들도 학교 자체의 일만으로도 바빠서 이런 문제를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고. 학회는 원래 그런거지 하고 생각하는 걸까? 뒤풀이 자리에서도 교수님들이랑 다른 참여자분들 술 마시러 가면 일하는 학생들은 그 술집 안내해주고 정산하는 역할하느라 바쁘니까.


주드 아 진짜 그래, 아침도 못 먹어. 지도교수 옆에서 계속 손님들한테 '안녕하세요 아 네네네 주드입니다' 이거 하느라고.


반지 참 대학원생 관계라는 게 알아서 각자도생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데 그마저도 교수가 심기를 불편해 하면 힘든 거구나. 대학원 도제식 관계가 지도교수 한 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다른 관계들마저도 지도교수라는 이 구심점을 중심으로 엮여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다른 학과나 다른 학교가 어떤지를 알아야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알게 되잖아? 그런데 이런 얘기할 수 있는 장 자체가 많이 없으니까 그걸 아무도 모르고. 대학 시스템 안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나 네트워크가 해소되지 못하니까 전부 학교 밖으로 나가서 뭘 하는 느낌이야. 근데 얼마 전에 전공 행사에서 대학 밖 학술단체를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하는데 우리 지도교수님이 오셔서 깜짝 놀랐어. 학교 밖 문제에도 관심이 좀 있으신가?


주드 우리 교수님은 이런 데가 있는지 몰라. 아예 존재를 몰라. 우리 학과 교수님들 아무도 모를걸? 얼마전에 학교에서 각자 요즘 뭐 하고 있는지 얘기하다가 제가 대학 밖 단체에서 세미나를 꾸리고 있다 했더니 '그게 뭐죠?' (웃음) 사실 우리가 석사과정생들부터 시작해서 대학원생이 제일 그냥 액세서블하게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밖의 학술 공동체가 여러 곳이 있는데 전공 교수들도 이런 존재를 전혀 모르고. 그리고 학교 밖에서 뭐 한다 그러면 '아 얘는 밖에 나돌아다니는 다른 거 하는 애구나' 이러고, 오히려 고까운 시선으로 보고 이러니까.


리앙 대학 밖 단체들 생긴지도 진짜 오래 됐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모르시는구나.


반지 모르려면 영원히 모르지.


한편으로 알게 하는 게 좋은 걸까? 안다고 해서 그분들이 무조건 이런 활동을 응원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리앙 아, 차라리 좀 알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예전 지도교수 특집에서도 얘기가 나온 게 결국 대학원생들이 참고할 수 있고 다른 형태로 개발할 수 있는 다른 네트워크 풀을 만들어야 된다는 건데. 시스템적으로도 그게 만들어지기 어렵고 대학 안에 있는 교수들도 그 밖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 어쨌든 우리가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좀 만들어야 된다, 이 정도로 생각이 모여 들고 있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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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학원 암묵지를 공유하고 전승해줄 관계가 필요하다


반지 대학원 암묵지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어. 예전에 학교에서 프로포절을 하는데 이런 일이 있었어. 저자가 원고 어떤 부분에 괄호 쳐놓고 '이 부분은 나중에 보충하겠습니다' 라고 써놓은거야. 프로포절 원고에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때 교수님이 코로나 때문에 글 쓰는 형식에 대한 전승이 끊긴 것 같다고 하시더라. 교수가 일일이 어떤 문장은 쓰면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건데 코로나라 서로 그걸 봐줄 사람은 없고. 지난번 미키의 상황이랑 비슷하게 원고를 어느 정도의 어떤 퀄리티로 해야 되는지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다들 맨땅에 헤딩을 한거야.


주드 발제도 그런 부분이 있어. 난 대학원 첫 발제가 지도교수님 수업이었는데 발제가 뭔지 알려주지도 않고 그냥 해오라 하시는거야. 그래서 발제문 대신 학부 때 쓰던 그림 겁나 많고 화려한 PPT 알지? 그거 가져갔더니 그렇게 하면 안 된대(웃음). 신입생들 아무도 발제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있었어.


리앙 나도 그랬어. 석사 때 학교는 발제문이랄 것도 없었고 다들 그냥 한두 장의 개조식 요약문으로 발표했거든. 박사 와서 처음으로 발제문 쓰는 방법을 배웠다니까.


사실 발제하는 법 같은걸 알려주는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 내가 들었던 어느 수업에서는 김영민 선생님의 <공부란 무엇인가> 중에 '발제란 무엇인가'라는 챕터를 읽히고 그 다음에 학생들 발제를 시켰어. 그런 게 큰 도움이 됐거든. 교수님이 발제법만 1시간 강의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런 예시가 있으니까 참고하라고 제공만 해주면 되는건데 학교에서 그 정도도 안 해준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보면 교수님들 세대에는 그런 글쓰는 방법이 너무 당연하게 전수가 됐으니까 안 하는 거겠지? 근데 지금은 그런 자연스러운 전수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걸 좀 이해해주셔야 할 것 같아.


리앙 나도 대학원에서 수업 들을 때 강사 샘이 직접 만드신 자료로 도움을 받았어. 꼭 학기 중간쯤 한 주는 글쓰기 강의를 하시는데, 논문의 형식은 어떻게 쓰고, 인용은 어떻게 해야 되고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은 어떻게 하는 것이며 그런 걸 정리해서 프린트로 배포해 주셨어.


그런 게 진짜 필요한데. 대학원에서 암묵적으로 다 알아야 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는 않는 거.


주드 다들 암암리에 '할 줄 알지?' 이러면서 제대로 못 하면 눈치는 또 개 많이 줘(웃음). 대학원에서 '내가 진짜 이것까지 알려줘야 되나' 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정말 확실히 필요해.


미키 이런 게 사실 대학원 관계에 되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나는 정말 모르는게 많은데 다들 아는 게 많은거 같다는 느낌이 들면 주눅들고 더 다가가기 힘들고 더 원자화되고 이런 게 있어. 박사 들어왔을 때 신입생 세미나를 했는데, 거기서 발제랑 토론은 어떤 것이라고 알려주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 이런 걸 석사때부터 알았더라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을텐데. 그리고 학과마다 발제나 페이퍼도 어느 차원에서 어느 정도로 빡세게 해야 하는가도 다르잖아. 학과 내에서 그런게 계속 전승되어 온 과정이 있고 거기에 신입생 세미나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그 때 선배가 발제한 걸 보면서 한번 그 기준을 체험하면 내가 수업을 들을 때도 발제는 어떻게 해야한다는 기준이 잡히니까. 이런 게 전승이 되면 계속 그 다음 학기에 들어온 사람이 또 그런 느낌을 가질 거고 그게 그 다음 학기로 이어질거고, 그 수준에 대한 어떤 느낌이 계속 전승이 되면 사실 그게 그 학과의 수준이 되는 거지. 그런 차원에서 대학원에서도 연구에 대한 암묵지를 공유하고 전승해줄 수 있는 개인이나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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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로를 찔러보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반지 대학원에서의 관계 시리즈도 이 정도면 마무리가 될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


음, 생각난 게 있는데. 대학원에서 자기 연구에 대해 동료의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아. 본인 연구에 대해서 어쨌든 토론이나 논쟁이 있어야 그게 같이 뭔가를 해보자는 얘기로 이어지는데. 예전에 알던 다른 대학원생 중에 자기가 이번에 페이퍼를 이런 걸 쓴다고 신이 나서 설명해 주던 분이 있었어. 근데 내가 이런 지점도 맞는 것 같은데 생각하시는 그 결론이 아닐 수도 있겠다 라고 얘기를 하니까 정말 기분 나빠하더라구. 나도 당황해서 입을 닫고. 물론 나도 포함이지만 대학원생의 에고들이 다 너무 강해서 자기 주제를 오픈된 마인드로 공유하기가 어려운 건가 생각도 좀 했어.


리앙 나도 그렇게 질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 다들 뭔가 직설적인 말을 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니까 토론이 안 되어서 솔직히 힘들어. 처음엔 참 좋았지만 나중에는 그게 상냥한 무관심이었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고. 난 솔직히 내 원고에 대해서 솔직한 질문이 왔으면 했는데 갈등을 만들까봐 그런 질문 자체를 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있어.


반지 결국에는 그냥 ‘하시는 연구 화이팅 하세요’ 하면서 끝나지(웃음)


주드 아니 그, 퀴어연구를 한번 해 보세요. 주변에서 응원만 해주고(웃음) 진짜 좋은 일 한다~, 주드샘 너무 멋있다~ 이렇게만 하고 끝나고. 나도 피드백이란 걸 받아보고 싶다!! 그런 토론이 이루어지려면 관심이 있어야 되는데 관심이 없는 거지.


반지 맞아.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어.


미키 에고가 세고 자존감이 엄청 높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정반대로 매우 취약한 사람들이기도 하잖아? 난 어쨌든 대학원에서 관계라는 게 잘 되려면 자기의 취약함을 고백하고, 서로서로 나랑 너랑 크게 다르지 않고 사실 우리 다 별거 아니구나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 그렇게 해서 서로를 좀 더 알게 됐을 때 서로가 무슨 연구에 관심 있고 뭘 하고 싶어하는지 관심이 생기고, 날선 반응을 하지 않게 되고, 그 사람이 가진 맥락을 통해서 이 연구를 좀 더 바라보게 되고 그런 거잖아. 그래서 특히 대학원에서는 서로의 취약함을 좀 알아봐주고 자기가 허심탄회하게 오픈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반지 맞아. 누가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 준다는 것 자체가 내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는 거니까 너무 고마운 일이잖아. 그런데 뭔가 내가 표하는 관심이 마치 공격이 될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게 진짜 문제인 것 같아. 근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되게 바라고 있네. 대학원, 특히 인문사회 계열에서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은 다들 동료 찾고 싶어하고 친구 찾고 싶어하고 다들 외로워하고 이런 거잖아.


주드 서로 더 무관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서로를 이렇게 찔러보는 자세가 필요해.


찔렸을 때 공격적으로 받지 않는 자세도 필요할 거고.


미키 모두가 그걸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내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그냥 눈 딱 감고 훅 찔러보고 쭉쭉 다가갈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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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앙

편집.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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