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먹] 여전히 모르겠는 대학원 입문기
- 7월 25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8일

대학을 졸업하며, 나는 대학생이 아닌 대학(원)생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보낸 지난 몇 개월은 붙잡을 정신도 없이 금방 지나가 버렸고, 나는 한 학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석사 1학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물론 이런 마음이 무색하게도 나는 당장 한 달 조금 뒤에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한 학기의 마무리를 맞이하여, 개인적인 푸념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또 공감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혹은 이전의 나처럼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닿기 위한 간단한 소회를 적어 보고자 한다.
먼저 대학원에서 보낸 반 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 탓일까,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대학원생이라기보다는 학부의 심화된 연장쯤으로 자각하는 것 같다. 아무렴, 지난 한 학기는 누가 가속이라도 거는 듯 빠르게 흘러갔다. 많은 무언가를 해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른 게 아니라, 할 일에 허덕이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금방 갔다. 누가 공과 계열 대학원생들만 바쁘고 인문사회 대학원생들은 비교적 널널하다고 했나. 입학 전에 본 인터넷 글을 찾아 반박 댓글을 쓰고 싶을 정도로, 흔히들 문과 대학원생들을 두고 하는 말과 달리,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렇게 부족한 시간에도 할 일을 ‘해내는’ 거라고 믿었던 대학원 생활은 막상 겪어보니 할 일을 ‘쳐내는’ 생활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과일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게임처럼 읽을거리와 쓸 글이 자꾸만 떨어졌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빠듯하게 떨어지는 건지 해결하기 바빴다. 분명 학부 때만 해도 ‘언제까지 1차 자료 조사 완료, 언제까지 초안 작성, 마지막 이틀은 퇴고.’ 이렇게 깔끔하게 시간을 나눠서 처리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완성은 고사하고 비문도 수정해서 내지 못한 과제만 여럿이다. 부끄러워서 모두가 안 들었으면 좋겠는 발제문도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내가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곰곰이 텍스트를 읽고 관련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며 기존의 지식과 엮어내는 그런 것과는 멀게, 기계적으로 정리하고 억지로 글을 쓴 적도 적지 않다. 말 그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로 억지로 글을 썼다.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 텍스트를 넘어서서 나의 관점을 정리하고 또 고민하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못 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때로는 열등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갈피도 못 잡고 적응하지 못하는 게 맞나, 고민되었다. 적응이 어려웠던 내게 상상했던 대학원생의 모습과 현실은 사뭇 달랐던 것이다.
시간을 입학 전으로 돌려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을 복기해 보자면, 사실 대학원에 가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와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줄 알았다. 당시에는 졸업을 앞둔 또래들과 다를 바 없이 나 또한 꾸준히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등과 같은 고민들을 지녀왔다.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연구자의 삶을 일단은 선택했지만, 앞으로의 내 모습이 선명해지거나 그 선택에 대해 확신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불안함에 인턴과 같은 무관한 직무 경험과 자격증 등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도 했다. 이렇게 불안은 자꾸만 대안을 찾아다닌다. 관심도 없는 걸 기웃거리게 만들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대학원을 경험하기 전의 나는 이러한 고민들과 흔들림이 적어도 진학이라는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되면 얼추 갈피가 잡힐 줄 알았다. 잠정적이라 해도 더 이상 기웃거리지 않을 선택을 내린 거라고,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더불어 대학원이라는 제도에 편입됨으로써 일정한 방향성과 안정성이 내게 주어질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틀린 부분이 많은 소리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학부생이기에 가능한 예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내게 닥친 현실은 불안과 고민이 두 배로 불어나기만 한 것이었다. 앞으로의 방향과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조금은 확신이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내가 이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해결되지 않았다. 저마다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온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선택에 대해서, 구체화되지 못하는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더욱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하고 싶은 연구가 명확한지 그런 것들을 찾아가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부족한 나의 모습이 겹치니 알 수 없는 불안만 더욱 커져 갔다.

이렇게 확신 없는 상태에서 외부에 설명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처음 보는 타인, 특히 일상이나 궤적이 잘 겹치지 않는 이들에게 나조차도 잘 정리되지 않는 나의 생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선뜻 입을 떼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대학 바깥에서 가지는 대학원생의 이미지는 나와 다르게 꽤나 공고해서 간단히 정리되기도 했다. 관련된 일화를 들자면, 한 수업에서 과제를 수행하면서 온라인 모임을 하는 여성 청년들을 만난 적이 떠오른다. 모임 특성상 익명이었던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며 처음 얼굴을 보고 나이와 직업을 밝히는 자기소개를 했는데, 대학원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자 테이블 곳곳에서 ‘아......’ 하고 탄성이 흘러나왔다. 상냥한 사람들의 팔자 눈썹이 아직도 기억난다. 순식간에 나는 심슨 밈 속에 바트가 놀리면 안 되는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인 대학원생이 되었다.
또 택시를 탈 때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하는 일에 관해 물어볼 때 “저는 대학원생이에요”라고 답하면 “아직 학생이시구나” 혹은 “아직 학교 다니시는구나”와 같은 답변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답변들에서 내 자격지심은 ‘아직’이라는 단어를 자꾸 건들기도 했다. 무언가 ‘유예’ 되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상기시켜서일까, 이런 말들은 내가 이 ‘아직’에서 벗어나 빨리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고는 했다. 이처럼 내 개인적인 생각뿐만 아니라 외부의 말들과 시선은 나의 애매한 위치와 불안한 위상을 계속 확인하게 만들었다.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팔자 눈썹들은 ‘그 밈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그렇다면 ‘내가 덜 열심히 해서 그런 건가’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한 학기 동안 내가 실감했던 학문적인 자질의 부족과 이러한 주변의 반응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나를 더욱 미궁에 빠지게 만들었다. 대학생의 연장이라기에는 심화된 차이를 실감하면서도, 이 차이에 관해 설명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직업 칸에는 학생, 혹은 대학원(생)을 클릭하긴 하지만, 딱히 인정받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의문으로 둘러싼 이 생활이,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응도 못 하고 확신이 안 든다고 해도, 비록 한 학기라고 해도 힘들지만 즐거웠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앞에서 나쁜 말만 잔뜩 해서 억지로 덧붙이는 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진짜 재미는 있었다.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대학에서는 보지 못한 동그란 테이블에 다양한 사람들이 둘러앉아 각자 의견을 듣고 나누는 수업은 새롭고도 흥미로웠다(첫 수업 때 엄마에게 테이블이 동그랗다며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지 못한 관점의 이야기를 듣거나, 토론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수업은 재미있었다. 물론 말할까 말까 열 번은 고민하고 노트북에 할 말을 적고 지우면서 망설이지만. 그래도 대학원의 이런 모습들은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다들 이렇게 덧붙이게 되는 지점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나만 이렇게 칭얼거리고 싶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부에서 벗어나 이제 막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리미널리티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글을 마치게 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불확실하고, 또 불안해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하게 될까. 대학원이라는 공간은 어쩌면 이런 불확실성을 체화하도록 훈련시키는 곳이 아닐까. 그런 공간에서 또 다른 학기를 보내게 된다면 마침내 그런 불안들에 무뎌지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리고 어떤 힘이 우리를 이 불확실성에 머물게 만드는 걸까.

글. 정해인(연세대 미디어문화연구 석사과정)
편집.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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