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표..를 해도.. 될까?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 4월 19일
- 8분 분량

첫 번째 탁상共론 수다회, 학술대회에 간 대학원생이라는 주제로 대학원생들의 노동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무리할 순 없다! 수다회 1편 참가자들과는 다른 전공에서 다른 경험을 만들어 온 새로운 대학원생들을 초대해 수다회의 2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자신의 부분적인 경험을 보통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인간의 본성상, 조금이라도 총체적인 그림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게 신진sinzine의 생각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지금의 나와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신진이들을 초대해, 탁상共론을 함께 꾸려가려고 한다.
간장계란밥, 문칠사와 함께 대학원생들을 위해 개최되는 유형의 학술행사에 대한 이야기, 발표하기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 학술행사의 부족(tribe)화에 관한 이야기 등 1부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들을 짚어볼 수 있었다.

2부 참석자 소개:
간장계란밥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니 대학원생들이 발표하고 기성/신진 연구자들이 토론해주는 유형의 학술행사를 꽤 많이 만났다. 그런 학술행사에 애정을 갖게 된 만큼, 그 행사가 삐끗거릴 때 괜히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문칠사 학술행사에서 발표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대학원생으로 소속된 대학의 연구사업단이 주최하는 학술행사에 '동원'되는 경로로 학회 참석을 시작했다. 학술행사들이 돌아가는 방식과 그 뒤에 숨어 있는 배경과 구조를 잘 관찰하는 편이다.
(1부부터 참석한 이라니안, 명란마요, 샤이닝, 개복치의 소개는 여기를 참조!)

#1 대학원생들을 위한 학술행사, 디테일(!)이 중요하다
간장계란밥 대학원생들이 주로 발표하는 학술대회를 A학회, B학회, C학회... 세 개나 가 봤어. 석사 논문을 쓰는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그런 '대학원생 캠프'의 발표자로 다녔고, 그때는 '아니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이런 감동을 받았던 적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 좀 지나고 보니까 그게, 욕망들이 잘 맞아떨어지는 공간이 그런 '대학원생 캠프'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내 연구를 알리고 시니어들에게 좋은 피드백 받고 싶은 대학원생 발표자들의 욕망과, 합법적인 오지랖과 잔소리를 하고 싶은 착한 시니어들의 욕망.
개복치 학회가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그런 공간이라기보다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그런 공간으로 대학원생들한테도 인식이 된다는 걸까?
간장계란밥 그런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겠지. '동료들은 무슨 연구를 하나', '비슷한 시기에 대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뭘 연구하나' 이런 걸 보는 것도 좋지. 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 핵심은 내가 몰랐던 좋은 선생님한테 코멘트를 받는 일이라고 생각해. '대학원생 캠프'의 성패는 거기 달려 있다고 생각해.
이라니안 맞아. 나도 그런 ‘대학원생 캠프’하면 기억에 많이 남는 게 내가 석사과정 2학기 때 발표했을 때 토론해 주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었어. “교수 대 대학원생이 아니라, 동료 연구자 관계라고 생각하고 토론을 시작하겠다” 하셨는데, 그때 나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물론 완전 반대의 경험도 있었지. 논문 심사하듯이 이건 이렇게 바꿔야 하고, 이건 뭘 잘못했고, 이런 토론은 대학원생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연구자로서 들어도 좀 힘든 마음이 생길 것 같아. 토론자 입장에서는 그것도 애정과 성실을 드러내는 방식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간장계란밥 그래서 말인데, 몇 번 학술행사에 가다 보면 애정이 생기는 행사들이 있잖아. 그런데 그 행사에서 다른 친구가 좋지 않은 경험을 한 걸 듣거나 봤을 때, 내가 주최 측도 아닌데 주최 측인 것처럼 미안하고 A/S를 해줘야 할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든 적 있었어.
이라니안 너무 공감! 나는 그걸 이제는 주최 측이 되어서 조직도 여러 번 해보게 되었잖아. 특히 토론자 섭외 일을 처음 했을 때는, 발표와 토론자의 연구 분야 맞추는 것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토론자가 어떤 스타일로 토론하는지, 그러니까 ‘동료 연구자’ 스타일인지, ‘선배 심사자’ 스타일인지도 미리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그 토론자가 이 학술행사에 너무 혼자 와서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지 이런 것도 신경 써야 하고.
간장계란밥 그래서 그런 게 엄청 수고스러움을 필요로 하는 거잖아. 토론자 검증을 해야 하고, 주제도 맞춰야 하고, 인격적으로도 나쁜 소리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 체크를 해야 되고. 이런 수고스러움이 많이 드는데, 확실히 노력이 느껴지는 학회들이 있었던 것 같고, 그렇지 않은 학회랑은 그 차이가 되게 컸던 것 같아. 토론이 잘 되면, 분위기도 좋고, 교류도 잘 돼. 나는 학술행사에서 만나가지고 단톡방도 생기고 여행도 같이 가고 하는 그룹도 있거든.
이라니안 대학원생을 위한 학술행사들도 있는 반면에, 대학원생, 학부생 코 묻은 돈 가져가는 학회들도 많은데, 그런 경험이 쌓이면 학술대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할 것 같아서 걱정이야. D학회는 그냥 참관만 해도 회원 가입을 해야 해서, 어떤 후배 하나가 세션 하나만 들으러 왔다가, 가입비, 연회비, 참가비까지 거의 10만 원을 얼떨결에 낸 거야. 학회 회원이 되면, 그 회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공평한 멤버십과 공평한 효용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입만 시키지, 돈만 받지, 대학원생들한테 뭘 해주고 있냐고. 박사나 교수들은 거기서 물론 일도 하겠지만, 정보도 주고받아, 네트워킹도 하고 하다못해 뒤풀이 가면 공짜로 술 먹고 밥 먹고 이런 거라도 하는데. 대학원생들은 학술대회 딱 한 번 오고 말 사람이라고 대학원생들 스스로도 생각하고, 학회 집행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회비만 똑같이 받는 게 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문칠사 사실은 학회 멤버십이라는 게 연간 정기 구독료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해. 1년에 3회, 4회 이렇게 학술지 나왔다고 메일링으로라도 보내주고 해야 효용이 느껴지는 건데. 뉴스레터 받는 것 정도로는 멤버십의 효용을 대학원생들이 느끼기는 어렵지.
개복치 대학원생이 학회 회원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이라는 게, 학술지 메일 받는 거, 학술대회 할 때 할인받는 거, 딱 그 정도라는 것 같아 씁쓸하네.

#2 내가 발표..를 해도.. 될까?
간장계란밥 근데 석사과정 때는 발표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거든. 그런데 지금은 잘 안 하게 됐어. 마음 속에서는 발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 저널에 투고하려고 하면, 그전에 학회에서 발표하는 게 당연히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제 좀 학계 사람들이랑 아는 사이가 되니까, 더 창피한 게 있는 것 같아. 예전에는 '이런 연구를 하는 나를 알린다'였는데, 요즘은 '뭐 아직 이거밖에 안 됐는데 발표를 해' 이러고.
샤이닝 나도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때, 어느 정도의 완성도면 되는 건지 가늠이 안 잡혀. 나는 석사과정을 코로나 때 해서 그땐 학회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그래서 처음 발표했을 때가 박사과정 첫 학기 때였거든. 그때는 수업에서 풀 페이퍼로 써서 결과까지 나왔던 원고를 들고 갔단 말이야. 그런데 최근 학회 발표 때는 전혀 완성되지 않았어, 분석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선행연구 정리, 이론적 논의, 연구 방법까지만 되어 있는 연구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야.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너무 들고, 미완의 원고를 발표한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
이라니안 맞아. 나는 준비가 안 됐는데 발표를 강권 받을 때가 종종 있지. 그런데 그게 애매한 게, 완성된 걸 발표할 때는 또 그냥 투고하면 되는 걸 왜 발표하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괜히 발표해서, 나중에 심사할 때 심사자가 누가 쓴 글인지 알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피드백은 그냥 주위 동료에게 받으면 될 것 같고.
샤이닝 진짜 사실 다들 미완 원고로 발표하긴 하더라. 완성된 원고를 들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회 발표의 의미라는 게, 진행 중인 원고를 피드백 받으려고 하는 거지 완성된 원고를 자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긴 해. 그래서 내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완성된 발표를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명란마요 난 발표 경험이 없어. 석사 마칠 때까지 주변에도 발표하는 사람이 없었고, 교수님도 발표하라는 말이 없었어. 내가 겪은 학술행사들은 보통 다 경력 있는 연구자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나는 '와 대단하다' 청중이나 스탭으로 앉아 있는 행사들이었어. 그래서 학술대회는 내 이름을 알리는 곳이 아니라, 어느 정도 명성이 알려지면 초청받는 곳이구나 이런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
개복치 학회에 대한 정보 자체가 대학원생한테 되게 불균등하게 주어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어느 전공, 어느 교수님 밑에 있느냐에 따라 너무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대학원생 스스로 관심 가지고 열심히 알아보는 예외적인 경우, 아니면 선배나 지도교수가 데려가는 식의 조언이 없으면 학술대회에 갈 기회도 전혀 없을 수 있는 거야. 나도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님이 가서 발표하라고 하기 전에는, 학술대회는 대학원생이 참관하는 곳이지 발표하거나 주체가 되는 곳이라고는 생각을 전혀 못 했었어. 교수님한테 '제가 발표해도 되는 건가요?'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네.
간장계란밥 지도교수가 발표하라고 안 하면 누가 해? 그걸 지도교수가 해야지. 당연히 처음에 발표하러 갈 때, 아무 자극도 없이 갑자기 진취성이 발동해 가지고 '이제 나는 대학원생이고 나는 이제 연구자니까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하겠어' 이런 사람이 어디 있어? 당연히 지도교수가 발표하라고 해야지.
문칠사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야. 지도교수의 지도 역량과 지도 범위가 매뉴얼화되어 있는 건 아니니까 편차가 많아. 학과나 연구실별로 어떤 선배를 만날 수 있냐도 운의 영역인 것 같아. 나는 박사 진학했을 때 박사과정 선배가 아무도 없었어. 암묵지가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런 암묵지의 영역에 대한 교육을 체계화, 매뉴얼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시스템화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이라니안 도제식으로 학문적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믿음에 맡겨두기만 할 건 아닌 게, 지도교수도 '대학원생 지도하는 법'을 과목 같은 걸로는 배운 적이 없어. 그냥 영원히 OJT(On the Job Training, 일하면서 배우기 - 편집자) 하는 거야. 또 충분한 대학원생이 있고 선후배의 관계가 유지되는 대학원이 점점 적어지는 상황이니까, 이걸 대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학회라든지, 대학 밖 학술단체 같은 공간에서라든지,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간장계란밥 난 다른 사람들한테는 항상 발표를 하라고 잔소리해. 지도교수한테든 학교 선배한테든 발표하라는 얘기를 못 듣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잖아? 나라도 잔소리를.
샤이닝 나도 발표 권유 많이 해. 그런데 우리 대학원은 한동안 학술대회 발표하면 장학금을 줬었거든? 그런데 그 사업이 끝나니까 내가 아무리 발표해라 해라 해도 아무도 안 하는 거야. 그러다 보니까 '석사과정을 2년 안에 컴팩트하게 끝내고 나는 간다' 식의 마인드를 가진 석사생이면 굳이 발표하는 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어.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돈 내면서 발표를 굳이 해야 할까 하는 마음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어.
이라니안 뭐, 물론 학계 말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적극적으로 몰입해 보는 게 좋긴 하겠지만, 학계에 안 남을 거면 굳이 학회 가서 발표하는 경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긴 해.
간장계란밥 근데 학계로 커리어 패스를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돈도 안 주니까 발표를 안 해야겠다고 판단하는 건 너무 시야가 좁아서 슬퍼.

#3 학진 체제와 학문 부족(tribe)의 형성
문칠사 나는 조금 다른 얘기도 던져보고 싶어. 학진 체제 이후로 연구재단이 대학 연구소 중심으로 대형 사업단을 크게 지원해 주니까, 학계의 의제 주도력이라는 게 학회에서 거대 사업비를 받은 사업단 쪽으로 이동해 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학회에서 여는 학술대회들도 비용 충당을 위해서 BK, HK, SSK 사업단이랑 꼭 연계를 하잖아.
이라니안 맞아. 대학 연구소가 사업 선정되면, 돈이 필요한 학회랑 붙여서 학술행사를 추진하는 게 흔한 일인 것 같아. 그러면 그 학회는 이제 그 학교 교수님이 이끌고 가는 형태로 바뀌기도 하고, 참여연구인력으로 포닥이나 대학원생들이 학술행사 조직해야 하고.
명란마요 나는 연구소에서 조교 노동을 하는데, 우리 연구소도 자체적으로 학술행사를 열기보다는 다른 학회랑 연합해서 공동주최 이름 올리는 식으로 행사를 많이 해. 그렇게 해도 실적이 되니까. 그래서 우리 연구소는 플랫폼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아.
간장계란밥 우리 과 BK 사업단도 제목이 되게 포괄적으로 잡혀 있어서, 어지간한 거 다 할 수 있었어. 그래서 학회랑 조인트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
문칠사 그러다 보니까 학회가 대학의 경계를 넘어서서 공통의 의제를 만들어간다기보다는, 그 학회 재원을 마련해주는 사업단이 가지고 있는 연구주제에 따라 학술대회 방향이 결정되는 일도 흔하지. 그래서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런 학회-사업단 연합체가 연구재단의 거대 사업비를 받아 운영되는 하나의 왕국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리고 이 왕국에는 반드시 부족이 형성되게 되고.
이라니안 학회 일을 하는 게, 전임이고 비전임이고, 대학원생이고 모두에게 힘든 일인데, 왜 계속 학회와 학술지와 연구소의 숫자가 많아질까 이런 고민을 가끔 했는데. 문칠사 말을 받아서 말해보면, 더 많은 '왕' 자리가 필요한 그런 이유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왕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내는 부분도 있겠지만, 또 왕이 되어야 자기 부족을 먹여 살리고 부흥하게 할 방도가 나오기도 하겠지. 여기서 부족은 학계 용어로 바꾸면 학파(school)로 이해할 수도 있겠고.
문칠사 대학원생들도 사실 학교에 입학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도 해. 내 주변만 봐도 석박사 과정의 연구 주제는 대학별로 사업단이 추진하는 그 연구 과제와 떼놓을 수 없거든. 강의와 세미나 텍스트도 대형 연구 과제의 연구 실적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적으로 정렬돼. 이러다 보면 대학 간, 연구소 간, 학회 간 공통 의제는 희소해지고, 교류는 이해관계가 맞아야만 할 수 있는 게 되고. 나는 E학회에서 주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의제에 관심이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나와 같은 전공을 하는 친구는 전혀 관심도 없고 관련 텍스트를 접해 본 적도 없다고 하더라. 또, 이렇게 사업단의 연구과제가 대학원생들에게도 탑-다운되다보면, 대학원생들이 자기 연구 관심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율성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을 거야.
이라니안 학회마다 연구소마다 전부 다 자기 저널도 가지고 있고, 자기 학술대회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양적으로는 팽창하는데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 품질을 장담할 수 없고, 교류가 옅어지기도 하고. 맞다, 틀리다 단순히 판단하기에는 복잡한 문제이지만, 브레이크 없는 수레바퀴 같다는 느낌은 확실해.
문칠사 나는 양이 질로 전화되는 면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 질이 낮은 논문들도 양산될 수 있겠지만은 이렇게 학계가 양적으로 팽창하다 보면, 전체적으로는, 정규분포상으로 보면 평균 질이 점차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샤이닝 나도 공감. 문칠사가 말한 것처럼 학회들이 분화되는 과정이 통약 불가능성을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깊이 있는 전문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봐.
문칠사 그런데 공통의 문제를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최근 F학회가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던 일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F학회도 '공동 의제의 발견'이 중요한 테마였거든.
간장계란밥 조금 다른 얘기지만, F학회에 대해서 한마디 보태고 싶어. 나는 내용보다도 형식 면에서, F학회에 감명을 많이 받았거든. 학술행사를 준비할 때 그냥 관성적으로 하던 대로 하는 부분이 많잖아. 거기는 아예 빈 땅에 기둥 하나씩 박아가면서 한 느낌이더라고. 엄청나게 지난한 난상 토론들을 많이 했고. 조교 노동은 무엇이냐, 다과는 누가 채우냐, 이런 거 하나하나까지 모든 걸 다 쟁점화해서 이야기했다는 뒷얘기를 들었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

#4 탁상共론 예고편
이라니안 그래서 우리는 다음에 뭘 얘기할까?
샤이닝 대학원생들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갔으면 좋겠는데, 뭐가 좋을까?
개복치 요새 학술지에 투고하고 심사받고 수정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게 많아. 첫 투고의 어려움과 곤란함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건 어떨까?
명란마요 난 아직 학술지 투고를 해 본 적이 없는데 걱정이야.
이라니안 좋아, 그러면 처음 투고하는 대학원생부터 투고를 밥 먹듯이 하는 대학원생까지. 또 심사를 처음 시작하는 신진들의 심사 경험까지 오늘처럼 편안하지만 진지하게,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이야기 나눠 보자. 다음 탁상共론도 기대하탁! 탁! 탁!
샤이닝 그런 거 하지 마.
이라니안 응… 응…

정리. 이라니안
편집. 김선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