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게임을 하게 되었나
- 1일 전
- 9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시간 전

게임은 흔히 '즐기는 것'으로 이야기되지만, 막상 게임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의 경험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게임은 습관이 되기도 하고, 노동이 되기도 하며,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생활세계가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게임 경험은 단순히 ‘중독’이나 '재미'라는 뭉뚱그려진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플레이어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 문화, 과금 구조와 시간 감각에 대한 여러 맥락을 포함한다. 그만큼 연구할 거리가 많은 분야인 것도 확실하다.
우리 주변의 많은 연구자들도 오래, 자주, 진심으로 다양한 게임을 한다. 게임을 전공하건 그렇지 않건, 석사과정이건 박사 수료생이건 졸업생이건 간에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서 무엇을 얼마나 하는지 솔직히 얘기해 볼 기회는 없었다! 이번 탁상공론에서는 게임을 연구하는 연구자와, 게임을 연구 주제로 삼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누구보다 진하게 게임을 즐기는 연구자들을 모아 보았다. ‘게임 연구(자)’를 다루는 2부에 앞서 1부에서는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우리는 왜 계속 게임을 하는가?'

# 참여자 소개
이카루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게임하는 걸 보며 자랐고 지금도 여전히 게임을 하기보다는 보는 걸 더 좋아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모바일 게임이든 PC게임이든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패스맨: 게임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연구자. 관성적으로 게임을 한다.
나루호도: 게임 인생 2N년이지만 어렸을 때 하던 게임만 하느라 고전 게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라져 가는 패키지 게임에 슬퍼하는 중이며 게임을 연구하지는 않지만 게임 논문에는 관심이 크다.
스티브: 게임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일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좋은 것 같기도 한 (아마도) 게임 연구자.
솔라: 아직 게임 연구자라는 호칭이 영 어색한 게임 연구자(?). 매일 일퀘를 하는 모바일겜 하나, 그리고 패키지 게임 하나를 잘 병렬해 보는 게 이번 여름의 목표다.
호넷: 한때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었지만, 현재는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 스스로 ‘일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커스터마이징과 선택지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과몰입 오타쿠.

# 1 길고 긴 내 게임 생활의 역사
나루호도: 오늘 우리 중에는 게임을 전문 분야로 하는 사람도 있고 전공자가 아닌 사람도 있어. 다들 자기소개와 함께 그동안 즐겨온 게임들을 말해볼까? 게임 분야 연구자들은 연구에 대한 소개도 함께 부탁해. 닉네임은 특별히 각자의 최애 게임 캐릭터로 정해보자! 나는 추리 비주얼 노벨로 워낙 유명한 <역전재판> 시리즈 주인공으로 하겠어.
패스맨: 나는 게임 연구자는 아닌데 매일 일상이 게임인 사람이야. 방금 택시 타고 여기 오면서도 게임했어. 솔직히 말하면 공부보다 게임을 많이 해… 그동안 했던 게임은 셀 수가 없어. <대항해시대 온라인>, <영웅전설 모바일>, <창세기전 모바일>, <라그나로크 오리진>... 지금은 다 접었고 <피파>만 해. 패스맨은 옛날에 손노리라는 회사에서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CD 게임 내에 암호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그 암호를 묻는 캐릭터 이름이야. 나이 든 사람들은 알 수도 있겠다.
이카루스: 나도 게임 연구자는 아니지만 게임을 참 좋아해. 실은 우리 부모님이 게임을 즐기시거든. 난 어렸을 때 숙제 다 하면 보상이 아빠가 하는 게임 구경하는 거였어.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보고 구경하는 걸 좋아했어. 중고등학교 때는 유튜브나 아프리카에서 <바이오 하자드>나 <아오오니> 같은 쯔꾸르 게임 실황을 봤고. 대학 와서는 <하스스톤> 스트리머들을 즐겨봤어. 침착맨도 거기서 알았어. 직접 한 게임 중에 좋아하는 건 <하데스> 시리즈인데 내 닉네임은 여기 나오는 캐릭터야.
솔라: 나는 게임 분야를 연구해. 실은 어제 논문 심사를 끝내고 왔어. (일동: 박수!!!) 사람들이 게임 이야기를 어떻게 자기 경험으로 만들어내는지가 궁금했던 것 같아. 전공이 문학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게임에서 스토리를 중시하는 편이긴 해. 막상 실제로 즐겨 하는 게임 장르는 액션 쪽이야. 사실 게임은 남들보다 늦게 입문했어. 고등학교 때 <오버워치> 하면서 스트리머들 보기 시작했고, 소울라이크에 입문하게 됐어. 어제는 익스트랙션 슈터 게임했어. 그 장르가 하드코어하다는 얘긴 들었다만 논문이랑 병행하니 참 빡세더라(웃음). 솔라는 <다크 소울>에서 ‘태양 만세’ 포즈로 유명한 캐릭터야.
스티브: 대학원 다니면서 게임 이용자에 대한 연구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 나를 게임 연구자라 부르던데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 안 해(웃음). 어렸을 땐 <지니키즈>라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붙잡고 살았고 스마트폰 가진 뒤부터는 <마인크래프트>를 달고 살았어. 학교 다닐 때는 <테일즈런너>를 하루에 12시간씩 했고. 지금은 이스포츠로 넘어와서 한 10년째 보고 있어. 요즘은 하이퍼캐주얼 게임에 관심을 두다가 또 최근에 <원신>을 시작하게 되어버렸네? 내 인생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 닉네임은 스티브로 할게.
호넷: 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게임 공간에 대한 연구를 했어. 한국에서 20년 넘게 서비스된 오래된 온라인 게임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한 MMORPG 게임을 오랫동안 참여관찰 했어. 왜 사람들이 게임을 접었다가도 다시 자기가 하던 이 게임으로 돌아가는지 궁금했거든. 게임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애착들이 고향에 대한 감각과 비슷하다고 느꼈거든. 게임은 대부분 스팀 게임을 많이 해. 최근에는 <데스 스트랜딩>을 정말 재미있게 했고 <33 원정대>의 세일을 기다리는 중이야. <발더스 게이트 3>처럼 볼륨이 크고 스토리에 플레이어의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게임 좋아해. 아이러니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연구로밖에 안 했는데, 이것도 숙제처럼 느껴져서 잠깐 내외 중이야(웃음)… 호넷은 내가 요즘 ‘발컨’이지만 열심히 깨고 있는 <할로우 나이트>의 캐릭터야.

# 2 게임은 학업에 지장이 된다?
스티브: 게임하느라 학업에 충실하지 않은 걸로는 정말 자신 있다! 나한테 학교는 게임 하려고 체력 비축하는 시간이었어(웃음). 학교에서 애들이랑 게임하다가 선생님한테 불려 가서 맞은 적도 있고. 대학 때도 강의실 앉아서 아이패드 각 잡고 <롤토체스> 돌렸어. 그런데 얼마 전에 대학 교수님을 만났는데 ‘네가 그때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이런 말씀을 하셔서 너무 죄책감이 들어…
패스맨: 난 코로나 때 대학원 강의를 들으면서도 몰겜 많이 했어. 집에 컴퓨터 두 대를 두고 한 대는 줌 켜고 한 대는 자동 사냥 걸어 놓고 강의가 끝나면 보스 레이드를 돌았지. 내 캐릭터가 그 서버에서 랭킹 2위였어서 보스도 단독으로 잡았어. 코로나가 풀리고 나선 줌으로 강의를 듣지 못하니까 대신 강의실에서 <피파> 감독 모드 틀어 놓고 강의 들었어. 학업에 지장을 제일 크게 받았던 건 <오버워치> 하느라 대학원 진학이 늦어진 거야. 이건 진짜야.
솔라: 패스맨처럼 대학 때 온강 화면 끄고 게임 많이 했어. 그 전에 고등학생 때는 <다크 소울>을 시작했는데, 몇몇 스토리들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관련 정보를 올리는 유튜버들이 다 해외에만 있었어. 그래서 고등학교 기숙사 소등하고 나면 화장실에 불 켜고 혼자 앉아서 그 자료들 다 번역해서 올리고 그랬어.
나루호도: 번역이라니 너무나 건설적인 덕질이잖아?
솔라: 물론 학업에는 도움이 안 됐겠지, 맨날 수면 부족으로 다음 날 학교에서 잤으니까.
이카루스: 게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이 간다고 하지만, 역으로 게임을 안 한다고 해서 학업에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어. 나도 늘 게임을 해왔던 사람이라… 고3 때 핸드폰으로 <팔라독> 하다가 교장 샘한테 걸려서 샘이 방송으로 ‘수능이 한 달 남았는데 아직도 게임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저격하셨는데 그게 좀 웃겼어. 난 어쨌든 그때 게임을 했기 때문에 내가 공부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지금은 좀 달라. 요즘은 논문도 써야 하고 게임에 몰입할 여유가 없다 보니 폰으로 단순한 머지(merge) 게임만 하거든. 근데 그런 게임을 하면 구조 자체가 손해 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겨서 집중력이 확실히 떨어져. 요즘 나는 딱 버스에서 이동하는 시간에만 게임을 하는데, <동물의 숲>이나 <하데스>는 그 시간에만 할 수 있지만 모바일 폰 게임 같은 건 그럴 수가 없어.
스티브: 이래서 머지 같은 하이퍼 캐주얼 게임 디자인이 되게 재밌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만드는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웃음) 게임의 코어 메커닉이 되게 단순해서 한 3초만 봐도 이해할 수 있어야지 하이퍼 캐주얼이라 할 수 있어.
나루호도: 나는 온라인 게임일수록 더 힘들더라. 예전에 <로드 모바일>이라는 쟁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선 길드를 무조건 들어가야 했어. 그 게임을 하려면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길드에서 관계도 잘 쌓아야 돼. 누군가가 총괄을 해줘야 하고 책임을 나눠야 하고 길드장이 고생하는 거 너무 잘 아니까 게임 참여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이 게임이 나한테 새로 알려준 건 요즘 게임은 정말 혼자서 하기 어렵다는 거야. 게임이 너무 사회생활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
호넷: 난 연구와 놀이가 구분이 안 되다 보니 맨날 게임하면서도 교수님한테 저 노는 거 아니라고 변명하는데(웃음). 애초에 내가 게임 플레이 자체를 연구라고 주변에 변명할 수가 있다 보니 방해가 크진 않아. 하지만 나도 온라인 게임이다 보니 게임을 끄려고 하면 같이 사냥 가자고 제안이 오고 그럼 거절을 못 하고 갈 수밖에 없어. 나루호도 말처럼 게임이 사회생활이 되는 거지. 친구들, 특히 연구 참여자와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리를 쉽사리 못 뜨는 뭔가 주객전도되는 느낌?
이카루스: 진짜 하나의 사회가 게임 안에 있다. 사실 게임을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 확실히 플레이어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긴 해.


# 3 어떨 때, 왜 게임을 하는가?
스티브: 근데 게임 경력으로 따지면 패스맨이 GOAT다. 패스맨은 만약 내일 갑자기 눈을 떴는데 게임이란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어떨 거 같아? 내일부터 게임 접속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패스맨: 나는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 왜냐면 나는 지금 게임을 매일 하는데도 거의 즐거움을 못 느끼는 상태거든.
스티브: (충격) 어떡해, 이 사람 완전 연구 대상 감인데 인터뷰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나루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게임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뭐야?
패스맨: 나한테 게임은 좀 관성 같은 거야. 하면서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해… 게임을 안 하면 이벤트에 참여를 못 해서 보상을 못 받으니까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게임할 때 보통 게임만 하진 않아. 책을 보면서 게임을 하거나 음악 듣고 책을 보고 넷플릭스 하나 켜놓고 이런 식으로 해.
이카루스: 나도 비슷해. 아까도 말했지만 단순한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하게 된 계기가 박사 논문 쓰면서 기존의 스토리 게임 하는 게 너무 피로해서야. 박논은 훨씬 더 장기적 프로젝트고 생각할 게 너무 많잖아. 근데 논문을 쓰는 건 되게 그런 여백의 시간을 참고 견뎌야 되는 것 같단 말이지. 난 보통 하루에 꼬박꼬박 쓰기보다 며칠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한 번에 후루룩 쓰는 스타일인데, 이제는 생각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여백의 시간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어. 이 시간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고, 그 와중에 내가 계속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강박이 생겨. 그래서 계속 유튜브 틀고 있고. 머지 게임을 하는 것도 이 비생산적인 것 같은 시간을 죽일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져.
패스맨: 공감된다. 자는 시간도 아깝고 컴퓨터를 켜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지금도 비슷해. 사실 어제도 세미나 준비하느라 밤 샜거든. 밤새고 세미나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겁나 피곤한데도 그냥 앉아서 게임을 해. 피파를 하다가 앉아서 좀 졸다가. 학위논문도 그렇고 투고도 그렇고 이카루스가 말한 것처럼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고 머릿속에서 내가 읽었던 내용들을 재구조화하는 시간이 있어야 되는데, 나는 그 시간에 게임을 하니까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아. 게임 자체가 내가 어떤 에너지를 투여해서 해내는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보니까 그런가.
나루호도: 어쩌면 지금 우리들처럼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버릇처럼 잡게 되는 게 게임인지도 몰라. 나는 했던 게임들을 여러 번 다시 하는 경향이 큰데 지금이 고통스러울 때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써서 하는 것 같아. 집착 같기도 해, 저 게임 하던 그 때가 즐거웠지 하면서. 이제는 서비스가 종료되어서 더 이상 할 수 없는 게임이 대부분이지만.
스티브: 참 신기하다. 나는 했던 게임은 절대 다시 안 하거든. 어떤 게임을 할 때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이 들면 거기서 접기도 해. 내가 여기서 새로운 영감을 받지 못한다면 왜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어서. 근데 나한테 게임이 주는 성취감이 분명히 있어. 최근에 내가 하는 <원신>도 나온 지 5년 정도 돼서 에피소드랑 데이터가 쌓였는데 이걸 내가 한 달 만에 전부 격파했거든. 그간 몇 년 동안 게임하는 애들이 쌓아 올린 걸 단숨에 터득하는 느낌이 좋더라.
호넷: 오늘 얘기 듣다 보니 내가 초기에 연구하고 싶었던 포인트랑 와닿는 거 같아.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동기를 설명할 때 주로 ‘재미’라는 표현을 쓰잖아? 게임을 바깥에서 본다면 저 사람이 게임을 참 좋아하고 재미있어해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사실 안에서의 유저들이 느끼는 감각은 재미로만 환원되긴 어려운거 같아. 그걸 잘 해체해 보면 애착일 수도 있고 유대감일 수도 있고 소속감일 수도 있고. 그리고 솔직히 다들 온라인 게임해 봤으면 모든 게 숙제 같다고 느끼지 않아? 출석이랑 미션 하는 거 진짜 너무 하기 싫은데(웃음) 그게 무슨 재미일까. 근데 그걸 왜 하냐면 보상 때문에 하는 거란 말이야. 그래서 사실 게임에서 ‘재미’라는 것이 되게 복합적인 것이고 절대 순수하고 단일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근데 게임을 안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러면 게임을 대체 왜 하냐고 물어보겠지? 그 부분에서 뭔가를 설명하고 싶었는데 나도 예전엔 ‘하꼬’ 연구자다 보니 그거를 잘 못 해서 아쉬웠어. 결국 연구의 분석 키워드도 재미에서 애착이나 고향 쪽으로 돌리게 됐던 기억이 나.

# 4 그래서 게임에는 얼마를 썼는가?
나루호도: 사실 이 대담 하면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다들 게임을 워낙 사랑하니 현질도 꽤나 했겠지? 솔직히 얼마나 썼어?
솔라: 나는 일단 스팀 게임만 따지면 한 260만 원 정도? 여기다 플스랑 스위치까지 생각하면 한 400 정도 쓴 것 같네. 보통 현질이라고 하면 게임 구매 자체에 쓰는 편이야.
나루호도: 스팀 이용자가 그 정도면 많이 쓴 편이야?
스티브: 평생의 취미 생활을 하는 데 260만 원이라면 효용을 생각할 때 정말 괜찮은 가격이지.
이카루스: 게임 자체를 구매하는 현질이 있고 무료로 받은 게임에 인게임 구매를 하는 현질이 있을 텐데. 전자를 현질이라 보지 않고 후자를 현질이라 본다면 나는 거의 안 하는 편이야. 어렸을 때 <메이플 스토리>에서 캐시템으로 헤어랑 성형 돌린 게 마지막 현질일걸?
스티브: 네가 요즘 하는 머지게임도 현질 많이 유도하는 편인데 안 해?
이카루스: 절대 안 해. 그러니까 대신 내가 강박처럼 정해진 시간에 꼭 들어가서 이득을 최대한 뽑아 먹겠다고 계속 게임을 하게 되는 거야. ‘나는 무조건 무료로 해야 돼’, ‘나는 이딴 게임에 돈을 쓸 수 없어’ 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거거든(웃음) 물론 <원 포인트 뮤지엄> 같이 스팀에서 산 게임도 조금 있긴 해.
나루호도: 인게임 구매 욕구 진짜 무시 못 해. 나도 쟁 게임했을 때 솔라만큼 썼고 쟁은 보통 아저씨들이 많이 하는 게임이라서 유지비가 굉장히 비싸단 말이야. 아저씨들이 또 호승심은 얼마나 많은지. 길드에서 현질을 얼마나 했느냐가 거기서의 지위를 보장해 주기도 하다 보니 더 그래.
이카루스: 그런 게임들은 애초에 인플레이션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
스티브: 내가 하는 <원신>은 가챠 게임인데… 최근에 좀 쓰긴 했어(웃음) 근데 문제는 가챠가 아니야. 혹시 요즘 <러브 앤 딥 스페이스>이라는 게임 알아? 그 게임이 원신 매출을 넘어섰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30만 원 주는 게 별거야?’ 이런 식으로 게임 플레이어의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게 진짜 무섭고 잔혹하고 끔찍한 거야.
솔라: 가챠는 진짜 충격이야. 나도 재작년에 처음으로 <명일방주> 가챠를 해봤어. 그때 3만 2천원을 썼고, 처음으로 지르는 거니까 그래도 좋은 게 하나 나오겠지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더라고? 저 정도 가격이면 스팀에서 좋은 게임 2개 사서 라이브러리에 쌓아놓을 돈인데 아무것도 안 나온다는 게 믿을 수 없어.
패스맨: 현질이란 게 진짜 가랑비에 옷 젖는 것 같아. 전에 여유 좀 있을 때 인게임 아이템을 구매해서 강화를 했는데, 하다 보니 템이 좋아져서 우연찮게 대형 길드에 들어갔어. 거기서 역할을 맡으니까 돈을 더 쓰게 돼. 그리고 계속 그런 금액을 쓰다 보면 사람이 마비가 돼. 게임사가 어떤 구조로 이걸 유도하는지 알면서도 습관처럼 그렇게 하게 되는 거야. 참고로 나는 정확한 현질 액수를 밝히지 않겠어(단호).
호넷: 아니, 나는 1년에만 300까지 써 봐서 내가 제일 많이 썼을 줄 알았는데…
스티브: 우리 다 합쳐도 패스맨만큼 안 나올 듯. 이 사람은 내가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다.
호넷: 난 현질은 보통 커스터마이징 쪽으로 많이 해. 캐릭터가 안 예쁘면 죽는 병이 있어서(웃음). 그래서 가챠도 몇 번 해 봤어. 아니면 간간이 시즌 패스 사는 정도? 사실 그것도 돈 주고 하는 숙제이긴 하지. 그래서 나도 인게임 구매보단 아무래도 스팀 게임을 주로 사는 편이야. 라이브러리에 50개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한 번 사면 평생 소장할 수 있으니까. 스팀이 좋은 게 나한테 DLC 말고는 더 이상의 금전 요구를 안 하거든. 요즘은 친구들과 가진 게임을 공유하는 기능도 있어서 나름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어.

나루호도: 이렇게 보니까 각자가 즐기는 게임도 다양하고, 게임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이유들도 다양한 거 같다. 이제 슬슬 ‘게임 연구’에 대해 말해 볼까 해. 게임 연구자들은 어떻게 이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 그리고 게임 분야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매일 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연구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해.
패스맨: 일단 나부터 말할게. 나는 절대로 게임 연구는 안 할 거야!! (콰광)
(2부에서 계속)

글. 나루호도
편집. 권오경



![[이불밖] 교생실습 후기: 학급 정치에 관한 몇 가지 생각](https://static.wixstatic.com/media/ff6734_1c3218af30074e2899cc02118a5f7b1b~mv2.jpg/v1/fill/w_980,h_560,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ff6734_1c3218af30074e2899cc02118a5f7b1b~mv2.jp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