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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저건] 부동산 커뮤 탐방기 (3): 후일담, 실패한 연구에 대한 짤막한 소회

최종 수정일: 6월 15일


부동산 커뮤니티란 어떤 곳인가? ‘내집마련’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이자 재테크라는 명목하에 주거를 부동산으로 치환하여 이와 관련한 온갖 담론을 생산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주거는 투자재의 일종이자, 당연히 소유되어야 하는 물질적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집값’으로 환원되는 주거 가치의 보존 또는 상승을 위해서 다양한 말들을 쏟아내는 곳이다. 하지만 사실 여기서 생산되는 담론이 부동산 담론을 대표하지도 않을 뿐 더러, 대표할 수도 없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 - 물론 보통 사람들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지만 - 의 공통 감각과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곳의 말들을 언급하고, 그에 또 다른 말을 얹는 것은 부동산 커뮤니티라는 사회적 버블 속의 관점들을 부동산 담론 일반으로 과잉 대표할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이곳에서 떠도는 말들에 또 다른 말을 얹는 것에 저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었다. 괜한 말을 덧붙여서 어쩌면 부동산 담론의 일부에 불과한 이곳의 말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닐까? 이에 덧붙여서 나의 부동산 커뮤니티 논의에 동원된 말들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말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나름 이 커뮤니티에서는 그와 같은 말들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주로 다뤘던 소유적 개인주의, 집값을 둘러싼 차별적 담론에 포섭되지 않는 다양한 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는 결국 부동산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관찰하는 나의 선험적 편향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사실 어느 정도 분석의 방향을 잡아 놓고 접근한 것이 맞다. (물론 내 편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애당초 내가 한국 사회의 주거와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개인적인 삶의 궤적 속에서 ‘집’과 관련한 경험들이 흉터처럼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유년기에 달동네의 단칸 월세방으로 이주했던 경험.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을 “24평”, “32평”, “64평”으로 나눠서 호명하고, 심지어 주택공사의 임대주택에 거주하던 친구들에게 이름 대신 “4단지”라 불렀던 어른들에 대한 기억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소위 지금 ‘갭투자’라 지칭되는 투기법을 설파하며 그를 따르지 않는 이들을 머저리처럼 헐뜯었던 이들과의 만남은 내 경험 속 깊숙이 ‘집’, 또는 ‘부동산’이라는 대상을 상흔같이 새겨놓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나의 원가족은 부업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기도 하니, 어쩌면 내가 ‘주거’에 관심을 가지고, 특히 자산으로서의 부동산, 소유 중심적 주거 관점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주택 소유를 일생의 신조처럼 여기는 부동산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나의 욕망이 얼마나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내가 주택 소유를 죄악이라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 소유로 자산을 형성하고자 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지닌 욕망을 나는 지니고 있지 않을까? 자가 소유 주택과 관련한 불쾌한 경험들이 내면 깊숙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실상 나는 십여 년 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것을 이따금 후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경향을 비판하는 내 관점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점은 부동산 커뮤니티에 비판적인 내 관점과 주택 소유를 향한 내 욕망 사이에서 분열을 자아내며, 내가 견지하는 관점에 회의적인 태도를 자아냈다. 그래서일까? 첫 번째 글의 서두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내 관찰점에 대해 자신이 없다. 나 스스로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는데, 과연 누구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가 부동산 커뮤니티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에 대해 스스로 금세 휘발되는 인상 비평 내지는 잡설로 치부하곤 한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지, 주택 소유와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믿음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지, 나아가 그러한 믿음에 대한 확인의 대가로 보증받지 못하는, 때로는 혐오로 점철된 말들을 계속해서 쏟아내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버리지 못했다. 물론 그간 한국 사회의 부동산 열풍과 그 원인에 대한 진단으로 여러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실상 행위자들의 동기와 목소리, 그리고 경험을 면밀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의 현장으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몇 년간 사람들의 행태를 관찰해 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나에게 또 다른 회의감을 자아냈다. 이는 부동산 커뮤니티의 회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기에 해당 커뮤니티에서 징계를 받았던 탓도 있었으나, 해당 참여(?)하고 관찰한 그 현장을 과연 현장이라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과도 연결된다. 


기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익명의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두고 자발적 참여를 위해 모이는 온라인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안에서는 나름의 규약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약은 커뮤니티 운영진에 의해 제시되기도 하지만, 커뮤니티 내 행위자들 사이에서 암묵지적인 것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해당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관찰만 해왔을 뿐, 이들의 행동양식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의 ‘의례’를 체득해 왔을까? 애당초 ‘나는 이들과 다른 사람일 뿐’이라 생각하며, 뒷짐 지고 바라만 봐왔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해당 공간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처음부터 이들의 규준에 불화를 위해 접근했다면, 내가 관찰했던 - 그리고 참여해 왔다고 착각했던 - 부동산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을 구성하고(그리고 그로 인해 구성되어 온) 실천, 규범, 문화 등은 애당초 나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물화된 채 주시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에게 이곳은 현장이었을까 혹은 그냥 분석을 위한 텍스트였을까? 


이는 연구자이자 (참여)관찰자로서의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접근 방법에서의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법에서의 회의감은 앞서 언급한 관찰점에 대한 ‘확신 없음’과 결합하여, 이러한 관찰을 지속하는 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애당초 나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구성되는 다양한 의미소가 물리적 공간(부동산 시장)에서의 물질적 질서(부동산 담론)와 맺는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해당 커뮤니티에서 욕지기 나오는 게시물들을 지속적으로 봐왔었다. 하지만 앞선 이유들로 그러한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해당 커뮤니티의 개별 행위자들에 대한 접근 불가능성 - 앞서 언급했던 인터뷰 거부, 카페 운영자의 경고 등 - 은 내가 해당 커뮤니티를 파악하는 것에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인상 찌푸리며 이를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회의감까지 들었다. 


물론 밀러와 슬레이터(Miller & Slater)는 인터넷, 즉 온라인 공간에 대한 접근은 다양한 방법론을 교차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발생시킨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온라인 공간 속 커뮤니티가 사회적 맥락과 조응하는 지점을 탐구하기 위해, 이러한 다양한 접근법의 교차는 필수적이다(비단 인터넷 커뮤니티 분석이 아니라도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생산되는 말뭉치들의 동기는 추측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직소 퍼즐 맞추듯, 선험적으로 상상한 완성된 그림에 맞추어 내용을 짜깁기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은 지속적으로 남아있다. 사실 내가 기존에 수행했던 연구들 역시 이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부동산 커뮤니티의 경우에도 그대로 수행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스스로 반문해봐도 확신이 서질 않는다. 


대체 이 확신하지 못함의 감각은 어디서 연유하는지. 솔직히 이 연구가 앞으로 발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한동안은 계속해서 이 커뮤니티 속에서 유령처럼 배회하며 관찰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일단은 실패한 연구로 내 컴퓨터 속 연구노트 폴더 속 발표되지 못한 여러 문서 파일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겠지만 말이다. 혹여라도 언젠가 빛을 볼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나는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미간을 찌푸리며 카페에 접속한다. 카페 새 글 1,788. 방문 5,504회. 아니 이제 5,505회인가? 



글. 구승우

편집.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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