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튜브의 최대 화두는 ‘뒷광고’다. 2020년 7월, <디스패치>는 한혜연, 강민경 등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셀러브리티들이 광고비를 받고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상품을 홍보하거나 노출하는 콘텐츠를 제작, 유포해왔음을 폭로했다. 특히 스타일리스트로 명성을 얻은 한혜연은 <내돈내산>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실제로 돈을 주고 일상에서 사용해온 ‘찐템’을 소개한다는 컨셉을 표방했기 때문에 파장이 컸다. 이후 8월에 유튜버 ‘참PD’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뒷광고와 관련하여 다른 유튜버들을 폭로해 논란이 더 커졌다. 구독자가 268만에 달하는 유튜버 ‘쯔양’이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사건에 연루되었거나 연루되었다고 거론되는 유튜버들 다수가 사과문을 게재하거나 입장문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뒷광고는 ‘광고비를 받고도 상품에 대한 광고가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광고 콘텐츠‘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하얀트리’, ‘공대생 변승주’ 등 몇몇 유튜버들은 뒷광고 논란에 대해 ‘광고주가 뒷광고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요청에 대해 거부해왔다고 밝히기도 한 것을 볼 때, 뒷광고는 광고주의 요청과 유튜버의 승낙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뒷광고 논란이 일어나게 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광고비가 유튜브로 몰린 탓이 크다. 2019년 기준 총광고비 중 PC와 모바일 등 디지털 광고가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늘었고, 모바일 광고가 그 중에서도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방송과 인쇄 광고는 점차 비중이 줄어 각각 24%, 15% 수준에 그쳤다(2019 KOBACO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 그러나 방송과 인쇄 광고에 대한 규제들에 비해 디지털 광고에 대한 규제 혹은 관리 체계는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디지털 영역의 광고비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되고 공개되지 않다보니, 효과적이지만 수용자들을 기만하는 뒷광고 전략이 넘치는 광고비를 집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영역의 광고비 팽창과 덜 갖추어진 제도라는 조건만으로 충분히 현 상황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광고는 왜 유튜버 뒤로 숨게 되었을까? 주디스 윌리엄슨(Judith Williamson)은 그의 저서 <광고의 기호학>(1978)을 통해 광고가 상품 옆에 기호들을 배치함으로써 광고의 수용자들을 상품의 소비자로 호명한다고 말한다. 광고는 수용자들에게 그들이 상품을 통해 광고 속 이상적인 주체의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콜라를 마시면 파티를 즐길 줄 아는 인싸’가 될테고, ‘저 스마트폰을 쓰면 일상과 여가에 충실한 메트로섹슈얼’이 될테다. 이러한 주체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광고의 수용자들은 상품의 소비자로 거듭난다.
이때 상품 옆에 배치되는 가장 효과적인 기호가 바로 스타 혹은 셀러브리티다. 그들은 이미 수용자들이 좋아할만한 의미들을 한껏 품에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광고 자본은 셀러브리티가 가진 의미들을 자신의 상품들과 이리저리 견주어본 뒤, 그들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한다. 배우 ‘김혜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해 고급화 전략을 쓴 맥주 ‘클라우드’의 광고 모델 역할을 했고, ‘하정우’는 유쾌한 이미지에 힘입어 대중적 맥주 브랜드인 ‘맥스’의 광고에 기용됐다. 이때 셀러브리티 새로운 포맷으로 등장한 유튜버들은 좋은 광고 모델이 된다. 이들은 전통적인 스타들처럼 여러 의미들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친밀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신비주의’라는 말처럼 전통적인 스타들은 여러 겹의 매개(기획사, 편집되고 다듬어진 모습, 전통적인 미디어)를 거쳐서만 닿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최소한의 매개만을 남기고 최대한의 친밀성을 나누고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들의 친밀함과 솔직함이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품들과 만날 때, 훌륭한 광고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추천하는 제품들은, 정말로 그 유튜버가 가진 의미를 가져다줄 것처럼 여겨진다. ‘참PD’가 추천하는 김치찌개는 소탈한 술자리의 즐거움을 아는 남성 주체를, ‘한혜연’이 추천하는 스카프는 합리적이고 센스있는 패셔니스타 주체를 보장한다.
하지만 광고의 작동이 언제나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호명 과정에 대한 저항이 일어난다. 수용자들은 광고 속 상품이 가져다 줄 의미가, 즉 광고가 마련하는 주체의 자리들이 충분히 매력적인지 평가하는 검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광고가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가이다. 호명은 단지 '허위의식'을 주입하는 기만적인 과정이 아니다. 호명의 과정에는 주체가 되는 자의 합리적이고 자발적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 즉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다른 주체의 논리에 견주어, 이제 막 시도되는 새로운 호명이 논리적으로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가 아무리 매력적인 주체의 자리를 마련하고 그곳으로 수용자를 부른다고 해도, 그 광고가 과대 광고이거나 허위였음이 밝혀지는 순간, 수용자들은 주체의 자리로 들어서기를 거부하고 만다. 기만적인 광고에 의해 주체의 자리에 들어선다는 것은 수용자 대중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로서의 주체의 논리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때 유튜버들은 친밀성 전략을 통해 수용자들의 검수 과정을 무력화 시킨다. 상호 간에 애칭을 부르며 눈을 맞추고, 속 깊은 얘기들을 해가며 쌓아 온 라포(rapport)가, 유튜버들이 추천하는 상품들과 연결된다. 무장해제 당한 수용자들은 더 쉽게, 또 기꺼이 그 상품의 소비자로 호명된다.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했다는 사실이 큰 논란이 된 것도 결국 같은 이유에서다. 최소한의 매개를 통해 최대한의 친밀성과 진정성을 강조했던 그들의 전략이, 동시에 사소한 정보의 누락이나 작은 거짓말만으로도 친밀성과 진정성을 파괴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용자들은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며 진정성을 표방한 유튜버가 사실 광고비를 받고도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에, 거짓 광고에 대한 분노를 넘어 ‘친밀한 관계의 상실’을 경험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단순히 ‘거짓말로 감정이 상한 일’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광고는 자본이 미디어와 수용자 대중에게 힘을 행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광고에 대한 공공적인 규제와 관리가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온 것도 이 권력의 비대칭을 교정하기 위한 방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의 광고 또한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가 점차 ‘진실’을 다루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진실의 영역에 관해서도 유튜브는 친밀함과 정동의 영역을 건드린다. 유튜브적 진실은 더 강렬하게 수용자를 끌어들인다. 유튜버, MCN 등에 광고 혹은 협찬 명목으로 유입되는 금전적인 흐름이 이번 사태처럼 블랙 박스 속에 남겨진다면, 진실의 생산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월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한다. 공공 영역에 의해 광고와 미디어의 힘이 적절히 관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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