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과정 시기, 운이 좋게도 연구실에 있으면서 책상 말고도 커피 용품을 둘 곳이 있었다. 의자 뒤편 창가였는데, 허리쯤 되는 위치에 구멍이 송송 뚫린 냉난방 겸용 라디에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는 가까이 붙어 있지 않으면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고, 여름에는 동굴처럼 서늘해서 별 쓸모가 없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드리퍼 하나, 서버 하나, 전기 주전자 하나, 드립포트 하나를 올려다 놓았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고 오는 게 무척 귀찮아서, 학교에서 직접 내려마실 요량이었다. 빨아 쓰는 두껍고 단단한 행주를 접어서 바닥에 깔아두었다. 구태여 그걸 뭐라 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연구실은 한적했다. 커피 생활은 그냥 라디에이터를 무단 점거했을 뿐인 단촐한 공간에서 시작했다. 자주 연구실에 나오게 되고, 조금씩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다 보니 창가는 어느새 커피 용품으로 가득 들어차게 되었다. 귀엽고 예쁜 컵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