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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어제 <한국문화연구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 문화연구에서 지식의 문제’라는 대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젊은 신진 학자들을 중심으로 운영위원이 구성되었고, ‘다양한 전공들 사이 속 문화연구’라는 문화연구의 학문적 위치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신문연 칼럼 데뷔를 앞두고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지 걱정하며 학술대회에 참여하고 있던 나는 문득 ‘왜 문화연구를 공부하는지’ 되묻게 되었는데, 이러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는 왜 대학원을 왔는지’, ‘나는 왜 학부 때 사회학을 공부했는지’로 확장되었다. 그러다 문득 연구자(라는 이름이 아직은 너무나도 어색하지만)로서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게 있다면 나의 학부 전공인 사회학일 것이다. 재수를 마친 뒤 목표했던 사회학과에 진학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처음으로 들어갔던 사회학개론 수업. 마침 우리 학과에서 이론으로 유명하시던 교수님이 수업을 맡으셔서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수업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배우게 된 사회학 용어가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이었는데, 바로 이 사회학적 상상력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렌즈’가 되어주었다.


사회학 개론서에서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커피에 비유해 설명한다. 커피를 단순히 '커피'라는 재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생산하는 생산자와 구매자의 계급관계, 유통과정에서의 흐름, 한국에서 커피가 갖는 상징성 등 커피와 연관된 사회 전반적인 현상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 바로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혹자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낯설게 보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나에게 세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 왜 중요했던 것일까? 그 이면에는 젠더, 지역, 세대와 관련돼 편향된 담론을 형성하는 미디어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현재 담론형성에 있어 그 중심에 있는 미디어 매체를 뽑자면 유튜브일 것이다. 유튜브는 많은 개인들이 크리에이터로서 미디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짜뉴스’, ‘자극적인 콘텐츠’, ‘혐오의 표현’ 등 부정적인 미디어 담론 생산에 주범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이라는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취향의 알고리즘'을 형성해주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편향된 콘텐츠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홍수와 알고리즘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들을 ‘낯설게 볼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4년 간의 사회학과 수업은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나에게 세상의 많은 것들을 낯설게 보도록 만들었다. 그 범주는 다양한 계층, 성, 종교, 인종을 넘어서 심지어 무생물을 포함하기도 했다. 내가 속했거나, 속하고 있거나, 속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분야에서 조차 그들을 낯설게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준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원래부터 모든 게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알고 있는 것에 갇혀 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적으로 구성된 세상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알고 싶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은’ 소수자, 장애, 다문화와 관련된 문제는 더 은폐되고 침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세상의 당연하지 않은 낯선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든, 대학원에 와서 공부하고 있는 문화학적 상상력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든, 분명히 존재하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의 당연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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