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년활동가의 노동경험 연구: 지방정부 청년거버넌스를 중심으로>, 2018
시흥시 청년정책팀 연구보고서
연구진: 김선기(책임), 양대은, 옥미애, 임동현, 채웅준
이 연구는 현재 청년 거버넌스가 다양한 지역에서 실행되고 있는 현재 국면에 대한 다소 분명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개별 지방정부에서는 청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정책위원회 및 (주로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행정 주도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두고 여기에 참여해서 지역의 청년정책을 만들어 지역 청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청년 주체들을 호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와 같은 규모가 큰 광역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 군, 구 단위의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같은 방식의 모델을 도입하면서 필요한 청년활동가 인
력의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청년활동가 집단과 관련해 양가적인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치적 기회 구조가 청년 의제 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정책화를 통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활동가들이 행정에서 해야 할 정책 수립과 실행과 같은 일들을 저렴한 가격에 떠맡게 되는 정책의 외주화(outsourcin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행정 주도 청년 거버넌스 조직이 청년들의 참여에 대한 기회와 장의 확장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외주’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이를 개별 공무원의 업무 측면에서 본다면 청년정책을 설계하고 추진 및 실행하는 일,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거버넌스 정책사업을 마무리 짓는 일이 모두 청년 참여자 개인들의 활동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공무원들이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는 일을 지역별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거버넌스의 민간 주체가 되는 청년들이 수행해야 할 다층의 복잡한 과업들을 실제로 발생시키고 있다.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리서치, 구상노동, 회의(논의과정), 프레젠테이션 자료 작성 등이 실제로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work)이며, 참여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사소한 연락 업무 등 각종 잡무/실무들 역시 적절한 근무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일이 되곤 한다. 공무원의 역량이나 태도에 따라 각종 업무들을 가능한 한 참여자들이 수행하게끔 미뤄두지 않는다고 하
더라도, 적절한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이는 담당 공무원의 업무량을 극도로 과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청년활동가 혹은 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청년 당사자들로 호명되고 있는 청년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일들을 노동(labor)의 관점에서 사유해보고자 한다. 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활동이 노동으로 이해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경제적 보상 없이도 할 수 있고 보상(이해관계)과 관계없이 해야만 하는 사회에 대한 ‘참여’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3섹터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 청년활동가들에게 노동(labor), 일(work), 운동(movement), 활동(activity), 참여(participation) 등의 다양한 개념들의 구분이 점
차 모호해지는 경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류연미, 2014; 이영롱․명수민, 2016). 특히 만약 전문가들이 수행했더라면 대가가 지급되었을 법한 행사 기획이나 정책 아이디어 개발 등의 동일한 일을 수행하는 청년활동가들이 이러한 일을 무급으로 하고 있다면, 여기서 ‘활동’이나 ‘참여’라는 언어가 오히려 이것이 ‘노동’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이미 행정이 아닌 기업의 일이 공모전이나 서포터즈, 인턴과 같은 형식을 통해 비슷한 방식으로 청년들에게 무임 혹은 저임금으로 외주화되는 일들이 이미 비일비재해 왔으
며, 이러한 현상은 선행연구들을 통해 ‘디지털 노동’이나 ‘디지털 창의노동’과 같은 개념으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 왔다(김예란, 2015; 이희은, 2014; 한선, 2013). 우리는 무엇이 노동이고 무엇이 노동이 아닌지의 영역의 구분을 사회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한 통치술이 될 수 있다는, 따라서 무엇을 ‘노동’으로 말할 수 있는가는 그 자체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구체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을 따른다.
청년활동가들이 수행하는 일들이 노동의 관점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는 현실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청년활동가들에게 예산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집단 이익’을 이기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하겠다. 우리가 연구를 통해 청년활동가들이 수행하는 일이 갖는 노동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설계할 필요성을 논의하려고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사실이 청년활동가 개인의 경제적 여건뿐만 아니라 청년 거버넌스라고 하는 청년정책 추진체계의 제도적 안정성, 나아가서는 청년정책과 이의 정책대상이 되는 ‘청년’까지도 더욱 취약한 상태로 만드는 기초적 원인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상 설명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청년활동가들이 놓여 있는 여러 위치들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들의 노동경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더불어, 노동경험으로 인지되고 있지 않은 ‘활동’의 부분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노동경험의 층위에서 해석할 것이다. 주로 청년(정책) 거버넌스 과정이 주요한 검토대상이 될 것이고, 청년활동가들이 공공영역의 용역사업 실행하는 과정이나 (생업에 대한) 고용관계에서 경험하는 노동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짚어보려고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상대적으로 지속가능하면서도 정의로운 청년 거버넌스, 청년활동, 청년정책의 설계가 어떻게 가능해지는 것인지에 관한 조건들을 확인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자료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4SHqnL3VAXVJTvfXQ3xcOmyDVahNPp2K/view?usp=drive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