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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 차별화 혹은 답습? 예능 <빼고파>의 다이어트 실천



매주 토요일 KBS에서 방영 중인 <빼고파>는 이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들이 지향했던 방식과는 다른 ‘건강한’ 방식의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김신영은 <빼고파>의 다이어트를 ‘3無 다이어트’라고 정의하면서 이를 ‘목에서 쇠 맛 나는 운동’, ‘체중에 대한 집착’, ‘닭가슴살’ 없는 다이어트라고 설명한다. 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는 지옥의 다이어트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3無 다이어트’는 자신감과 건강을 되찾는 방식으로 다이어트에 접근한다. 10년 차 ‘유지어터’ 김신영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것도 단기간에 건강을 해칠 만큼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며 일상적인 실천으로 살을 빼는 방식을 알려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요컨대 <빼고파>는 자신감과 행복을 찾기 위한, 건강을 위한 것인 동시에 즐거운 다이어트 실천을 지향하는 ‘새로운’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중인 것이다.


그런데 <빼고파>는 “건강하게 채우는 가벼운 한 끼의 행복”과 “과연 운동이 될까 싶지만 땀이 나는” 운동을 통해 체중이 아니라 ‘눈바디’로 몸을 가늠할 것을 요청한다. 다이어터들이 거주하는 합숙소의 슬로건, “인생은 fit”은 이 목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다이어터들은 체중을 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꽉 끼는 옷을 나중에 다시 입어보기로 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따라서 <빼고파>는 체중에 연연하는 기존의 다이어트 방식과 ‘눈바디’ 다이어트를 구분하면서 후자를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측량적 목표가 아닌 눈바디를 통한 시각적 목표는 정말로 <빼고파>의 대척점에 선 ‘지옥의 다이어트’와 차별화된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것일까?


2018년의 한 기사는 ‘눈바디’를 “‘눈(眼)’과 체성분 분석기 브랜드 ‘인바디’의 합성어로, 체중계 상의 몸무게에 연연하기보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매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눈바디’는 꾸준한 식습관 변화와 운동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습관형 다이어트’의 측정 도구로서 제시된다. <빼고파>가 지향하는 다이어트와 정확히 맞닿는 지점이다. 이때 발 빠른 몸 산업들은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억지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한 음식을 찾고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제시한다. 현시점, 이러한 ‘눈바디’는 기사의 신조어 소개나 몸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바디’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뜨는 수많은 포스트들은 이것이 다이어트 실천에서 개인들에게 얼마만큼 측정 기준으로서 위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다이어트 실천의 패러다임이 ‘눈바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인바디로 대표되는 체성분 분석이 과학성을 가장하며 개인들에게 체내의 성분까지 조절하도록 하였다면, 의료적 패러다임을 넘어선 ‘눈바디’는 다이어트와 몸 관리가 ‘자발적 실천’임을 강조하면서 체내의 성분을 넘어 극단적인 시각의 세계로 회귀하게끔 하는 것은 아닐까? <빼고파>의 다이어트 실천을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어딘가 고민스러웠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발적’ 관리로 빚어지는 ‘보기에 아름다운 몸’이란 수치가 부과하는 표준화의 힘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압력이 아닐까? 좀 더 아름답게 갈라지는 복근, 좀 더 매끈한 허리, 좀 더 탄탄한 팔뚝과 같은 이미지는 그것을 나의 선택, 실천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 같기에 매 순간 나를 부추긴다.


그럼에도 <빼고파>는 다양한 체격을 가진 6명의 다이어터 출연진들이 각자 경험해왔던 무리한 다이어트 방식, 자신의 몸에 가해졌던 각종 언어적 폭력들을 공유함으로써 얼마만큼 여성의 몸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압력들이 교차되어 왔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다. 시선과 규범의 허구를 알고 있음에도 그 곁을 맴도는 ‘나’를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또한 출연진들은 몸과 행복의 관계를 논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분명 <빼고파>의 장점은 ‘건강한’ 다이어트 방식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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