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 유튜브 비평, “철이 없었죠, 비평이 좋아서 유튜브 본다는 자체가”



채널 <피식대학>의 '비대면 데이트' 콘텐츠가 화제다.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특징들을 고루 합쳐놓은 남성들이 시청자와의 가상 비대면 소개팅에 나서는 컨셉인 이 콘텐츠는 영상마다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등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서도 파급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특히 코미디언 김해준이 연기하는 캐릭터 '최준'의 인기가 독보적인데, 그는 30대 중반의 카페 사장이자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 에티오피아에서 유학한다는 자체가'라고 말하는 ‘과잉 감성’의 소유자다. 일명 '쉼표 머리'를 하고 시선은 시청자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듯하며, '스윗함'을 듬뿍 담아 반말과 존댓말을 오가는 말투를 쓰는 등 그의 특징은 시청자들에게 우선 당혹감을 주지만, 결국 시청자들은 결국 '준며들고(최준+스며든다)' 만다. 시청자들은 '소름끼치게 만드는' 그의 말투와 표정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앞머리 뜯어버리고 싶다', '한번에 보기 힘들어서 3일 동안 나눠서 봤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나름대로 콘텐츠를 즐긴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이 이 콘텐츠의 성공을 이끌었는지가 궁금해진다. '비대면 데이트'의 핵심은 '폭력적 남성성'의 재현에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과잉적 로맨스 구도를 강요하거나(최준), 가부장주의적 가치관을 별 거리낌없이 드러내며(차진석), 골방 예술가의 독백을 동의 없이 쏟아내고(임플란티드 키드), 알맹이 없는 '비전'을 우렁차게 외치기도 한다(방재호). 1대 1 비대면 소개팅이라는 설정도 이런 폭력성을 재현하기에 알맞다. 캐릭터들은 소개팅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상 모노 드라마를 수행한다. 그들은 아무런 제재없이 자기 말을 할 수 있다. <피식대학>의 전략도 이러한 '극혐 남성성'을 현실적이면서 풍자적으로 재현하는 데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코미디언 출신인 출연자들의 훌륭한 연기력과 대본의 디테일이 이러한 전략을 충실히 구현해낸다.

그러나 이러한 재현의 사회적 효과는 시청자의 댓글을 통해 비로소 현실화된다. 시청자들은 각각 캐릭터들이 한국 남성성의 폭력성을 재현하고 있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은 캐릭터들을 통해 한국 남성성에 대한 자기 인식과 경험을 댓글로 풀어낸다. '저런 남자는 사랑꾼인 척 하다가 결국 고부갈등 방치하고 처가 기둥 뽑아먹을 스타일(차진석)', '자기가 사랑을 주는 것에만 심취해있는 전형적인 남성(최준)', '인스타 라이브 하는 랩퍼들은 자기가 저렇게 보인다는 걸 알아야 한다(임플란티드 키드)' 등의 댓글을 통해 시청자들은 <피식대학>이 제시한 가상적 한국 남성성을 현실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비대면 데이트'의 성공은 이러한 남성성의 구현과 조롱에 기대고 있다. 한국 남성성이 가지는 폭력성은 단순히 성폭력 사건들 속에만, 명백하게 성차별주의적인 언행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맨틱한 말투 속에도, 래퍼의 바이브 속에도, 우렁찬 비전과 '사회인'의 통찰 속에도, 일상적이지만 남성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합리화 해왔던 폭력적인 남성성들이 있다. '은근해서' 이야기되지 않았던 이러한 폭력성들은 '비대면 데이트' 통해 구체화되었고 댓글들을 통해 '역겨운 것'이 되었다. 유튜브 영상과 댓글이 일종의 블랙코미디를 한 편 완성시킨 셈이다.

철이 없었죠. 별 생각없이 남성으로 살아왔다는 거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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