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유권자가 20대 남성밖에 없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확인할 때면 온종일 이대남을 위한 정치에 몰두하는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온 나라가 이대남에게 빠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대남이 전체 세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까요? 인구 통계를 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대남의 관심사는 전세대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이 있을까요? 그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두 대선 후보는 이렇게나 이대남에 집착할까요.
왜냐하면, 자꾸만 호명되기 때문입니다. '대선 캐스팅보트를 쥔 이대남!', 'XX 후보의 발언으로 남초 커뮤니티, 등을 돌리다!', '등 돌린 이대남을 위해 새로운 공약을 약속하는 XX 후보!' (언론부터 이러니 이대남이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대남-백래시 현상은 이전부터 꾸준히 몸집을 부풀려 왔습니다. 집게손가락은 남성 성기를 가리키는 모욕적인 손짓이라며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었습니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 (집게손가락 논란 한참 전에) 만든 제작물을 철거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 0선 보수 청년 정치인은 이대남 현상을 이용하여 이례적이게도 당대표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이쯤 되니 모두의 생각이 바뀌었나 봅니다. 20대 남성은 우리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이대남의 환심을 사야 한다.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 이대남을 포섭하자!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일단 ‘청년’ 자체를 ‘이대남’으로 한정하는 얄팍한 가치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성들의 일방적인 요구 때문에 요즘 청년은 힘들다’고 하는데, 왜 이때의 ‘청년’은 남성만을 위한 단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남을 보수화된 세대로 보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2030 남성 중 '보수화된 세대'로 볼 수 없는 이들도 있으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물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남성이 모두 이대남 현상에 딱 들어맞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한 줌의 형체 없는 이대남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이렇게 애지중지 이대남을 키웠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돈 룩 업』을 소개합니다. 두 천문학자는 몇 달 후 지구에 충돌할 운석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위를 봐(LOOK UP)! 운석이 떨어지고 있잖아. 이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말합니다. 위를 보지 마(DON’T LOOK UP)! 저건 다 거짓이야. 이들은 어떤 확고한 신념으로 운석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돈 룩 업'이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운석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팬데믹과 환경 문제를 운석에 비유한 이 지독한 블랙코미디 영화는 진실을 판별할 수 없는 탈진실 시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운석은 날아오는 게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 것처럼) 이대남은 누군가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들은 진지하게 20대 남성의 인권을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정치 전략일 뿐입니다. 『돈 룩 업』에서 운석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대남은 결국 어떻게 될까요? 영화의 결말은 넷플릭스에서 확인하고, 이대남의 결말은 이번 대선에서 확인하면 되겠죠? (물론 영화와는 달리 이대남은 계속될지 모릅니다)
얼마 전 한 대선 후보는 SNS에 딱 일곱 글자를 업로드 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 현상이 이제는 행정 기관까지 무너트릴 기세로 커졌나 봅니다. 이 얽히고설킨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대남 현상이 요란할 뿐 알맹이 하나 없는 속 빈 강정임이 밝혀질 거라 믿습니다. 빠르면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문제를 외면하고 당장의 이익을 좇은 자들에게 영화의 결말을 참고하라고 경고하고 싶습니다. 2022년 대선을 발판삼아 이대남의 목소리가 줄고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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