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수] 군사주의 문화와 『D★P』

최종 수정일: 5월 16일



*스포주의

군부대 부조리 고발극 넷플릭스 시리즈 『D.P.』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군사주의 문화에서 개인은 피해자-방관자-가해자라는 정체성을 넘나든다. 갓 입대한 이병은 '피해자'가 되고, 계급이 높아질수록 '방관자'가 되며, 고참이 되면 '가해자'가 된다. 이때 군인의 피해-방관-가해의 위치성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구조에 의해 결정되며, 개인의 어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벗어나기에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D.P.』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대 내 부조리는 여전하고, 누구나 그곳에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 문화는 군대를 넘어 사회 곳곳으로 뻗어나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나중에 우리는 후임한테 잘하자’고 말하던 천사 같은 조석봉(조현철 분)은 선임이 두려워 후임을 괴롭히기를 선택한다. 조석봉의 고통스러운 비명에 황장수(신승호 분)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답한다. 안준호는 그런 조석봉을 말리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 조석봉은 내무반에서 황장수를 매일같이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안준호는 D.P 보직으로 발령되어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호열(구교환 분)을 만난다. 그렇다면 반대로 조석봉이 D.P로 발령났면? 그때도 안준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을까? 오히려 조석봉이 탈영한 안준호를 설득하려 하지 않을까? 그가 신념을 지키는지 지킬 수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군사주의의 자장 안에서 개인의 고통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한 여성 지인은 『D.P.』를 본 후 이렇게 말했다. “그때 그 남자 상사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가 되더라.” 이때의 이해는 상사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용서가 아니다. 이때의 이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사의 언어 폭력과 상명하복식 명령 구조가 어디에서 왔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의무경찰을 제대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 군사주의 문화는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었다. 까라면 까고 그렇지 않으면 윽박지르자. 부조리는 눈 감아 넘어가자.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집단에서 퇴출시키자. 모두가 동일한 복장을 착용한 그곳에서처럼, 이곳에서도 같은 생각을 강요하고 불순분자는 배척하자. 『D.P.』는 군부대 내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나아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군사주의 문화가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보여주었다.

군사주의 문화에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역시 수많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다. 『D.P.』에서 여성은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엄마(박미현 분)만이 등장한다. 군대가 남성만의 전유물이기 때문일까? 얼마 전 트랜지션한 군인이 자신의 권리를 거부당하고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또한, 여군에 대한 성폭력과 2차 가해를 군부대가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것이 밝혀졌다. 군대 문제가 사회와 긴밀하게 엮여있는만큼, 피해자는 남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문제 지점을 파악하여 함께 해결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여전히 1953년 수통을 쓰는 군대는 바뀔 수 없다고 단언하는 조석봉의 마지막 외침은 군사주의 문화의 강력함을 상기한다. 반면 장교의 명령을 거부하고 반대로 걷는 안준호의 마지막 장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조리를 깨트릴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가 '그래선 되지 않아'로 바뀔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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