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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 신도시 경관



얼마 전, 일이 있어 은평구 진관동에 갈 일이 있었다. 은평구 진관동. 흔히 진관동이라는 행정구역명보다, ‘은평 뉴타운’으로 많이 지칭되는 곳. 물론 이곳은 은평구로 이사온 이후 몇 번 들렀던 경험이 있긴하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이 은평 뉴타운 내 위치한 쇼핑몰에서의 간단한 쇼핑에 국한되었다면, 이번에는 뉴타운 곳곳을 천천히 걸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은평 뉴타운으로 불리는 진관동 일대에서 연신내까지 천천히 걸으며 느꼈던 것은, 이곳이 은평구 일대의 다른 동네와 사뭇 다른 경관을 보인다는 것이다. 매우 익숙하지만 때로는 낯선, 그렇기에 친숙하지만 기묘한 이질감을 동시에 자아내는 경관. 이는 아마 내가 살고 있는 은평구 내 다른 지역과의 차이, 나아가 연신내를 기점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은평 뉴타운의 경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관은 이전에 송파구 문정동에 갔을 때 마주했던 경관, 혹은 위례 신도시, 김포 한강 신도시에 들렀을때 시선을 사로잡던 경관과 매우 흡사한 형상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서울의 외곽, 혹은 서울 주변부 도시에 하나둘 형성되기 시작한 신도시, 뉴타운들은 모두 비슷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하여, 대형 쇼핑몰과 쇼핑 단지들로 이루어진 거리로 배치된 공간들, 그리고 아파트 단지 주변의 작은 공원과 하천 조성은 신도시, 혹은 뉴타운 공간의 전형적 특징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관 구성은 신도시 정주민들의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90년대와 2000년대 조성된 신도시들의 단점을 개선한 방향으로 계획된 산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도시 경관은 특정한 의미를 자아내며 몇 가지 함의를 던져준다. 먼저, 2010년대 등장한 신도시들은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 아파트들과 대형 쇼핑몰, 그리고 곳곳에 조성된 틈새 공원과 하천이 그것이다. 물론 이는 ‘좋은 거주 공간’의 상이 사회적으로 이와 같은 형태로 합의되었기에 이렇게 구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들은 어떠한 지역적 특성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매끈하고 세련된 도시 중산층의 거주 공간만을 표상할 뿐이다. 기실 신도시의 공간은 도로 표지판이나 지역을 특정할 수 있는 아파트나 상점의 명칭이 아니라면, 동시대의 새롭게 구성된 여타의 신도시 공간과 큰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령 내가 은평 뉴타운에 서 있을지라도, 해당 공간이 은평구임을 표지하는 ‘구파발역’, ‘은평xxxx 아파트’, ‘ xxxx 은평점’과 같은 정보가 없다면, 해당 공간이 은평뉴타운인지, 위례신도시인지 별내신도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기존에 조성된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다. 따라서 신도시 공간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이와 같은 경관은 계획적으로 조성된 신도시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신도시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신도시와는 경관적으로 차별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같은 지역’과 뚜렷한 경관적 차별점을 보이며 묘한 공간적 정체성을 발현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은 신도시 공간이 비슷한 경관을 보이는 이유와 그러한 경관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먼저 우리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내용부터 경유해보자. 흔히 우리가 도시 공간을 인지할때, 이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실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곤 한다. 물론 우리가 발딛고 서 있는 도시 공간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을 만질 수 있고, 때로는 냄새로, 한편으로는 소리로 감각하는 물리적 실체를 지닌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의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항상 특정한 요소로 표상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찍이 앤드류 세이어(Andrew Sayer)는 이러한 도시 공간을 파악하는 것에 있어 실제적 대상real object를 넘어, 이데올로기적 요소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를 이어받아, 데이비드 박스무트(David Wachsmuth)는 이데올로기로서 도시 공간에 주목하여, 도시 공간 “실제의 대상real object”보다, “사고의 대상thought object”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같은 논의는 도시 공간이 다양한 실천들로 인해 구성된다는 점과 동시에,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공간적 표상들이 중립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다시금 신도시 경관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신도시의 경관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쾌적한 도시민의 삶과 더불어 중산층의 도시적 삶에 대한 표상일 것이다. 이는 아마 해당 공간에 거주하는 이들의 경제적 계층과 더불어, 그들의 삶과 신체에 체현된 하비투스가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신도시끼리의 경관적 유사성과 더불어, 인접지역과의 관계에서 나름 극명한 구별짓기로 나타난다. 더불어서, 신도시 공간의 경관이 주로 소비의 측면에 치중해 있다는 점 역시, 이들 공간이 생산보다 소비를 위한 공간임을 지시한다. 물론 신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도시 공간의 확장과 구획적 층위에서의 재생 과정에서 계획된 주거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 또한 이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 공간으로서의 신도시 경관은 이들 공간 내 특정한 도시적 욕망이 반영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신도시 경관의 표상으로 구획되는 해당 지역 내 심상지리와도 긴밀히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지만, 신도시에 거주하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항상 “xx신도시”로 특정화시켜서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을 통해 나타나는 정체화의 일환일 수는 있겠으나, 이들이 인접한 다른 지역, 혹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동네의 지명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이는 “은평구 신사동”, “은평구 응암동” 등 자신이 사는 지명을 언급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더불어서 그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경계는 철저하게 해당 신도시 지역을 벗어나서 언급한 사례를 마주한 적은 없었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에 일반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화들에서 마주치는 것은 이들이 인지하는 지역 내 경계는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철저히 구획되어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가령 은평구 진관동의 “은평 뉴타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뉴타운 경관에서 벗어난 범주의) 진관동과 자신은 상관 없다는 식으로 구별짓는 언설같이 말이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인상 비평에 불과할 수도 있다. 또한 마찬가지로 신도시 경관에 대한 개인적 관점이 반영된 과잉해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공간 내 경관들과 그를 표상하는 도시 공간 내 재현, 그리고 그러한 공간을 경험하거나 이야기하는 우리네 일상 속의 도시 공간에 대한 ‘말들’은 이러한 도시를 구성하는 경관이 중립적인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 Sayer, A. (1984). Defining the urban. GeoJournal, 279-285.

** Wachsmuth, D. (2014). City as ideology: Reconciling the explosion of the city form with the tenacity of the city concept. 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 32(1), 75-90. - 직접 인용 부분분은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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