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우] 도시의 냄새 경관



꿉꿉한 하수구 냄새, 음식물 쓰레기 냄새, 골목 곳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생활 쓰레기와 담배 냄새. 이번에 새로 이사를 오며 가장 먼저 감각한 것은 동네의 경관도, 정취도 아닌 냄새였다. 이는 이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미처 감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십 수 년을 한 동네에서 거주하며, 그곳의 냄새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10년이 넘게 거주했던 집을 떠나오며, 그 집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냄새에 둔감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 나는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공간에 발을 디뎠을 때 나를 자극하는 것은 해당 공간의 시각성 못지않게 공간의 냄새라 할 수 있다. 가령 청량리 어귀를 지날 때의 비릿한 수산물과 시래기 냄새, 답십리를 지날 때의 기름때 냄새는 해당 공간을 지날 때마다 나에게 하나의 경관으로 남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빅토리아 헨쇼(Victoria Henshaw)는 도시의 냄새경관Urban Smellscape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를테면 냄새 또한 시각, 촉각에 못지않게 공간을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써, 해당 공간의 물리적, 사회경제적 맥락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청량리의 시래기 냄새와 생선 비린내는 해당 공간에 농산물 시장, 수산물 시장이 위치해 있음을 의미하고, 답십리의 기름때 냄새는 해당 공간에 자동차 공업사가 밀집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도시 내 시설, 자원의 배치와 그 관계성과 그로 인해 구성된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주한 은평구의 한 동네에 짙게 풍기는 하수구 냄새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보통 우리가 여러 공간에서 마주하는 냄새들은 대부분 그 냄새가 허용되는 냄새인지, 배제되어야 할 냄새인지에 대한 판단을 야기하곤 한다. 특히 도시 계획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도시 인프라 구성 과정에서도 역시 많은 경우 우리에게 합당하지 않은 냄새를 차단하는 기술이 도입되기도 한다. 더불어서 여전히 도시 생활의 많은 쟁점을 야기하고 있는 여러 처리 시설 - 쓰레기 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 에 대한 거주민들의 님비 현상 역시, 많은 경우 냄새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도시 공간의 냄새는 단순히 해당 공간의 정체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것이 허용 유무와 더불어, 특정 냄새가 배제되는 맥락들이 담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몇 년 전,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기생충’은 냄새라는 상징을 통해 사회의 계층에 대한 서사를 보여준 바 있다. (매우 당연한 얘기지만)이는 공간과 냄새의 관계가 불가분이며, 냄새가 해당 공간의 정주민의 계급성을 재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다시 내가 지금 거주하는 이곳의 하수구 냄새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는 과연 무엇을 재현하는 것일까? 물론 어느정도 그것이 지금 이 공간의 위치를 반영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러한 냄새가 허용되지 않는 공간과, 이러한 냄새가 방치되는 공간의 차이를 야기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이는 도시 계획 과정에서 도시 내 기반시설 도입의 불균등함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내가 거주하게 된 이 곳이 서울 내 여타 지역보다 정비 및 기반시설 확충의 도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경우, 이와 같은 도시 인프라스트럭처의 불균등함으로 인한 경관 - 시각성, 냄새 등 - 을 단순히 해당 공간의 정체성으로 환원하곤 한다. 하지만 도시 공간 내 기반 시설의 불균등함이라는 맥락을 생각하면, 이 공간의 (냄새)경관은 단순히 해당 공간의 정체성이나 특질로 환원될 수 없다.


물론 많은 도시 계획자들은 도시 공간 내 시설의 배치와 기반 시설의 확충에 있어서 우선 순위를 두곤 한다. 자가 소유가 많은, 그래서 많은 민간 자본이 투입된 지역은 그 깔끔함의 동질성을 지탱하기 위해 비교적 탄탄한 기반 시설의 확충이 이루어진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순전히 정부나 지자체의 재원 투입에 기대고 있지는 않다. 많은 경우 주거지에서의 쓰레기 처리, 주택의 하수도 구축과 같은 도시 인프라는 해당 지역의 개발을 담당하는 민간기업의 자본, 다시 말해 개발의 주체로 쉽게 자리매김하게되는 건설 자본에 의해 도입되곤 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개발을 주도한 자본의 수익성 창출에 기여한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도시 거주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도시 인프라가 도시 개발을 통해 빚어지는 상품의 일부로써 경합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연 이것이 합당한가?


도시의 기반 시설은 해당 도시의 정주민이든, 그 도시를 지나쳐가는 여행객이든 해당 공간에서 당연히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떠한 공간에서는 사회적으로 불쾌한 것으로,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는 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환경은 해당 공간에 대한 하나의 경관으로 자리매김하며, 해당 공간을 마주하는 이들의 공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해당 공간의 정체성을 구획하기도 한다. 물론 각각의 공간이 지니고 있는 차이에 따른 정체성은 인정받아야 하고 인식되어야 하지만, 부정적 환경에서 오는 차이는 소거하는 방향으로 균등해야하지 않을까? 이러한 점에서 도시의 냄새경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오늘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와 싸우며 말이다.



* Henshaw, V. (2014). Urban Smellscapes: Understanding and Designing City Smell Environments. London: Routledge.




조회수 52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