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금속노조는 <희생과 파괴가 없는 노동참여 산업전환! 금속노조의 산업전환 대응 언론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으로 인해 피해받는 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전환 과정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는 '공동결정법' 제정, 지역별 산업전환 논의를 위한 '민주적 산업전환위원회' 설치, 산별교섭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이렇듯 민주노총과 (탄소) 고배출 산업의 산별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최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환경'과 '기후위기'는 오랜기간 동안 타자화 되어왔다. 산업주의, 생산주의에 기대고 있는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일자리는 생존의 문제이기에 생산과 발전, 성장은 멈추지 않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환경과 자연은 '자원'으로서만 여겨져왔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파괴적 미래가 예측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 정책이 전지구적으로 실행되면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불가피해지자 그 과정에서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상상이 시작되었다. 이 고민에서 출발한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전환의 과정에서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노동친화적 대안('No one is left behind.')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Tony Mazzocchi)가 처음 제안하였다. 정의로운 전환 개념을 통해 우리는 [자본과 노동에 의한 생산 - 이로 인해 희생되는 자연]의 구도를 [착취하는 자본 - 이로 인해 소모되는 자연과 착취 당하는 노동]으로 관점을 전환할 수 있다. 이때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파괴적 발전의 가속페달을 함께 멈출 연대주체로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뒤쳐지거나 버려지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생산직 노동자 뿐일까?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이 먼저 상상되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러한 현장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는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로 한정되지 않는다. 해당산업이 먹여살려왔던 지역의 자영업자와 여기에 고용된 서비스직 노동자들도, 이들의 가족 내 돌봄을 담당하는 이들도 전환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요컨대 전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또한 고배출 산업은 대기업 정규직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들의 고용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어쩌면 기존의 고용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칫 노동시장의 차별구조가 그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는 교차적 접근이 보완되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논의에 교차적 접근을 보완한다는 것은 노동시장 소외계층의 기후위기 취약성을 논하는 것과 동시에 그 행위자성을 고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정의로운 전환에 젠더관점을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할 것을 제안한 길 얼우드는 젠더 관점을 더하는 작업이 여성을 기후변화에 취약한 희생자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젠더를 포함한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국적, 건강, 연령 등의 사회적 특성에 기반한 사회구조가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과 동시에 책임성, 의사결정권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는 점을 강조했다(Allwood, 2020). 어떠한 주체든 기후위기에 취약한 동시에 그 취약성을 전문성으로 삼아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고, 그렇기에 산업 전환의 의사결정권한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청년(노동)운동이 고민해야 할 정의로운 전환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전환대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노동자들에게는 은퇴를 앞둔 이들보다 훨씬 더 장기적 관점에서의 직업훈련과 연계가 요구된다. 청년-구직자에게 새로운 산업구조의 재편은 그들이 진출할 노동시장이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이 사실을 예고해주지 않는다. 코로나19처럼 전환이 재난의 형태로 예고없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준비하던 항공승무원 취업 관련 교재를 당근마켓에 팔았다는 누군가의 사연을 우리는 앞으로 더 자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에 담긴 ‘그린 경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가 없어 여전히 모호하다. 좀더 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쟁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언어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찾아나서야 한다.
오늘, 정의로운 전환 정책네트워크 구성 논의에 참여하며 청년단위에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주체가 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청년x기후환경 단체도, 청년x노동조합도 있지만 이 사이를 연결하는 주체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 어느 해보다도 덥고, 그 어느 해보다 비가 많이 올 거라는 2021년 여름, 이제 막 시작된 관심사인 기후위기x노동운동의 주제에 청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마련하고 싶어졌다. 다가오는 신문연 세미나G에서 기후위기x노동x운동을 주제로 기후위기와 노동의 관계에 대해 읽고, 노동운동(특히 청년-노동운동)의 역할과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세미나를 연다. 다른 세미나에 비해 다소 덜 이론적이고 다소 더 실천적이겠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 연구자, 시민 모두를 환영한다.
참고문헌
Allwood, G. (2020). Mainstreaming Gender and Climate Change to Achieve a Just Transition to a Climate-Neutral Europe. Journal of Common Market Studies, 58, 173-186.
Räthzel, N. & Uzzell, D. (2013). Trade unions in the green economy : working for the environment. 김현우 (역) (2019).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서울: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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