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의미와 이해의 교차



최근에 ‘청년’‘문화’ 관련하여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말하는 문화가 ‘어떤’ 문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발표 직전까지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지금도 모르겠다). 특히 여기에 청년이라는 기표가 접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문화적인 현상이 분명히 있고, 또 그것을 감안해 발제문을 쓰자니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동안 발표 자리를 마련해 준 행사가 진행되어 온 내용을 보건대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문화활동 내지는 문화정책을 요청하신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이해를 하면서도 ‘문화’가 사용되는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있어서, 쉽게 얼개를 잡지 못했다. 이건 내가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에서 연구원으로 지내고 졸업논문으로 청년의 이야기를 하면서 ‘청년’과 ‘문화’라는 말을 더 이상 쉽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발제자 분들의 발표문까지 받으면서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일자리나 복지/정책, 금융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결국엔 나도 발제문을 대폭 수정할 요량으로 청년과 문화와 정책, 활동 등의 키워드를 넣어서 서치를 했다. 그런데 문화는 보통 복지/문화나 교육/문화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가 되어 있었고, 어느 정도 일관된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예술/문화라는 덩어리로 이해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 ‘청년’과 ‘문화’를 연관시켜 사유하는 방식에 어떤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둘러보니 경향은 대충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뉘고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예술가 청년이나 예술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 두 번째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취미활동이나 취향 혹은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그런데 두 번째 경향에서 조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전개되는 내용이 무엇일까, 하고 살펴보니, 대부분 일자리, 주거, 창업, 취업 등의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지금의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고민하는 주제들이겠지만, 이것을 ‘문화’로 묶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히 행사 주최측에서도 이 문화를 따로 떼어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있었을 것인데, 막상 서치를 하면서 마주한 것은 다소 다른 맥락의 내용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쨌든 다른 발제자분들과 차별화된 내용으로 문화를 소개해야 했기에, 엉뚱하게 내 발제문에는 청년담론에 대한 비판적이고 학술적인 고민이 담기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여기서 말하는 청년의 문화(활동)과 청년문화는 전혀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렇지만 ‘청년문화’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리타분해져버린 개념틀을 통해서 청년이 영위하는 대부분의 활동과 행위가 분석되고 해석되기 때문에, 청년의 문화(활동)에도 이러한 인식이 침투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맥락에서 이 두 가지 단어의 결합에 대한 고찰은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논의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리가 마련되고 보니 성큼 다가오는 당혹감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게 문제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러한 청년문화‘적’ 인식이 청년의 문화(활동)마저도 거리감을 좁혀줄 수 있는 교두보로 존재하게 하기보다는 여전히 개인적인 수준으로 ‘살아남기’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청년을 동질적인 집단으로 여기면서도 단순히 ‘개인’이라는 개별적인 개체로서 바라보게 하고, 불가침의 영역으로서의 개인이라는 고전적인 사유방식과, ‘관계 맺을 수 없는 개인’이라는 모종의 착각을 혼동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수많은 방식으로 청년/문화가 논의되었던 만큼 청년의 어떤 연결에 대한 열망 또한 그만큼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규범적인 목표가 전제되지 않는 만남 속에서 형성되는 연대가 청년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언어가 될 수는 없을까? 그러한 열망에 대한 보고(報告)가 듣는 사람만 듣고 말하는 사람만 말하는 폐쇄된 시공간에서 순환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전달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실천적 함의를 가진다는 많은 연구들을 떠올리면서 세상과 맞닿을 수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반복해서 지난한 고민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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